‘꼬꼬무’가 다시 소환한 박승일
루게릭병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희망
사진=SBS
“나는 해방이다.” 이 한마디는 농구선수 출신 박승일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는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했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병원 건립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30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세계 최초 루게릭 전문 병원 건립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떠난 박승일의 삶과 도전을 조명한 ‘거인의 마지막 계획’편이 공개됐다.
박승일은 대학 시절 농구 명장 최희암 감독의 눈에 띄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체격 조건은 좋았지만 몸싸움이 약해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결국 실업팀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그는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서른이 되던 해, 코치를 꿈꾸며 미국으로 떠났고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공부를 이어가며 코치 자격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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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귀국 후 현대 모비스 코치로 임명되며 꿈을 이루는 듯했지만, 운명은 잔인했다.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그는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2~3년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
박승일은 한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라며 절망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봐야 하는 가족이 겪을 고통이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루게릭병 전문 병원’을 세우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가 이용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해두고 싶다.” 가족들이 만류했지만, 박승일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투병 일기와 편지를 모아 ‘눈으로 희망을 쓰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접한 연예계와 스포츠계 인사들이 하나둘 동참했다. 션, 양동근, 송은이, 김태희, 지드래곤 등이 그와 뜻을 함께했고, 이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운동으로 확산됐다. 한 사람의 용기가 사회적 기부 운동으로 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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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식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결국 자신의 병원을 직접 이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병원의 이름으로, 그리고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남았다. 배우 양동근은 “형님은 누구보다 성숙했고 따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송은이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분”이라며 그를 기렸다.
그가 남긴 병원은 지금도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쉼터가 되고 있다. 시한부 인생 속에서도 타인을 위한 길을 선택한 박승일,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희망의 농구공’처럼 튀어 오르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