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자동차와 ‘SE-10’ 프로젝트... 20년 넘는 렉스턴 헤리티지, 뼈대부터 흔들리나?
KGM의 차세대 렉스턴 개발 소식이 전해지며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중국 체리자동차와 손잡고 내놓을 KGM 신차, 그 정체가 기존 렉스턴과 완전히 다른 모노코크 SUV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체리자동차 티고 9 (출처=체리자동차)
KGM, 체리와 손잡고 차세대 렉스턴 개발
KGM이 새로운 파트너로 중국의 체리자동차를 선택했다. 양사는 ‘SE-10’이라는 프로젝트명 아래 중·대형급 SUV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KGM을 대표하는 정통 SUV, 렉스턴의 차세대 모델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업계에서 차세대 렉스턴의 기반 모델로 가장 유력하게 보는 차종은 체리의 ‘티고 9’이다.

체리자동차 티고 9 측면 (출처=체리자동차)
문제는 티고 9의 정체다. 이 차는 길이 4,810mm, 너비 1,925mm, 높이 1,741mm의 전형적인 중형 SUV다. 현행 렉스턴보다 모든 면에서 작다. 렉스턴은 덩치로 압도하는 맛이 있었는데, 신형이 티고 9 기반이라면 오히려 현대 싼타페와 비슷한 사이즈가 된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바로 차의 ‘뼈대’에 있다. 렉스턴은 2001년 출시 이후 20년 넘게 튼튼한 사다리꼴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는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구조와 후륜 구동을 고집해왔다. 오프로드와 견인에 유리한 정통 SUV의 상징이었다. 반면 티고 9은 승용차처럼 차체와 프레임이 하나로 찍어내는 모노코크(Monocoque) 구조에 앞바퀴 굴림 기반이다. 렉스턴의 핵심 정체성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구조인 셈이다.

체리자동차 티고 9 측후면 (출처=체리자동차)
티고 9 자체는 최신 트렌드를 잘 따른다. 외모는 LED 램프와 19~20인치 휠, 파노라마 선루프 등으로 요즘 SUV 느낌을 물씬 풍긴다. 실내는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5.6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로 깔끔하게 꾸몄다. 5인승 또는 7인승 시트 구성에 1열 통풍/열선 시트 등 편의 사양도 부족함이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포함 19개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14스피커 사운드 시스템 등 첨단 기능도 갖췄다.

체리자동차 티고 9 실내 (출처=체리자동차)
파워트레인은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254마력, 39.8kg.m)과 8단 자동 변속기 조합이 기본이다. 전륜 구동 기반이지만 사륜 구동도 선택 가능하다. 놀라운 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1.5리터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 34.5kWh 배터리를 달아 순수 전기 주행 거리가 160km(WLTC 기준)에 달한다. 듀얼 모터 사륜 구동 선택 시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4.9초 만에 도달하는 괴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20년 렉스턴 헤리티지, 어디로 가나
KGM은 SE-10 프로젝트가 2026년에 개발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1~2년 안에 새로운 렉스턴의 실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KGM이 ‘중·대형급 SUV’라고 칭한 만큼, 티고 9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크기를 키워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짧은 개발 기간을 고려하면 티고 9의 구조와 부품을 상당수 활용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KGM 현행 렉스턴 (출처=KGM)
가장 큰 논란과 의문은 바로 ‘렉스턴 헤리티지 계승’이다. KGM은 새 차가 렉스턴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20년 넘게 지켜온 보디 온 프레임의 정통성을 버리고 모노코크 SUV로 나온다면 과연 기존 렉스턴의 DNA를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통 오프로더 이미지를 기대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진짜 렉스턴이 맞냐’는 의문과 함께 실망감 섞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차세대 렉스턴이 티고 9 기반의 대중적인 모노코크 SUV로 나올지, 아니면 예상과 달리 렉스턴의 정통성을 지킨 모델로 나올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체리 티고 9 기반설만으로도 KGM과 렉스턴 팬들은 ‘경악’과 기대감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으로 내년을 기다리게 됐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