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빼러 사우나 직행? 과학이 밝혀낸 ‘최고의 순서’는 따로 있었다

물 속 열 전달 효율, 공기보다 월등…심부체온 더 높여 심혈관·면역계 자극 극대화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오는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늘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일단 뜨끈한 온탕에 몸부터 담글까, 아니면 땀부터 빼러 사우나로 직행할까?’ 굳은 몸을 풀고 피로를 씻어내기 위한 이 즐거운 의식에서 ‘사우나 먼저 vs 온탕 먼저’는 오랜 난제였다.
사우나 vs 온탕, 건강 목욕법
사우나 vs 온탕, 건강 목욕법
모공을 열기 위해 사우나를 택하는 ‘선(先) 사우나파’와, 몸을 데우고 이완시키는 온탕을 선호하는 ‘선(先) 온탕파’의 팽팽한 논쟁. 그런데 이 해묵은 논쟁을 종결시킬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어 화제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 및 면역력 증진이라는 건강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정답은 ‘온탕’이었다.

‘사우나 vs 온탕’ 과학이 내놓은 답은?

미국 오리건 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어떤 온열 요법이 인체에 가장 강력한 건강 증진 효과를 보이는지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온탕(뜨거운 물) ▲전통 건식 사우나 ▲원적외선 사우나의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했고, 그 결과는 명확했다.

연구에는 20~28세의 건강한 성인 2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조건, 즉 섭씨 40.5℃의 온탕에서 45분, 섭씨 80℃의 사우나에서 10분씩 3회 등을 체험하며 심부 체온, 심박수, 혈압, 심장 부하, 면역 체계 활성도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측정했다.

결론적으로, 모든 건강 지표에서 가장 강력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온탕’이었다. 온탕에 들어갔을 때 참가자들의 심부 체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이는 심혈관계와 면역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했다는 의미다.
온탕 효과 : 심혈관계와 면역계를 효과적으로 자극
온탕 효과 : 심혈관계와 면역계를 효과적으로 자극


왜 사우나보다 온탕 효과가 더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는 사우나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학적 원리는 달랐다. 핵심적인 차이는 ‘열 전달 효율’과 ‘땀의 증발’에 있었다.

1. 비효율적인 땀의 증발: 논문의 제1 저자인 제시카 아텐시오는 “공기 중에 있을 때 우리 몸은 땀을 증발시켜 체온을 식히지만, 물속에서는 이 냉각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사우나에서는 땀으로 열을 계속 방출할 수 있지만, 온탕에서는 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축적되어 심부 체온을 훨씬 효과적으로 높인다.

2. 압도적인 열 전달률: 물은 공기보다 열을 훨씬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다. 이로 인해 같은 온도라도 사우나보다 온탕에서 우리 몸은 더 강한 ‘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우리 몸은 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혈액 순환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심장을 더 강하게 펌프질하며, 마치 운동을 하는 것과 유사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은 ‘열 충격 단백질(HSP)’이라는 물질을 생성한다. 이 단백질은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온열 요법의 핵심적인 건강 효과로 꼽힌다.
사우나 효과 : 사우나에서는 땀으로 열을 계속 방출할 수 있다.
사우나 효과 : 사우나에서는 땀으로 열을 계속 방출할 수 있다.

운동 대체는 불가, 하지만 최고의 ‘대안’

물론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민슨 교수는 온열 요법이 규칙적인 운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상, 질병, 노령 등으로 운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온탕욕은 심혈관 건강을 지키고 면역력을 높이는 매우 훌륭하고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목욕탕에서의 오랜 논쟁은 과학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만약 당신이 피로 해소를 넘어 적극적인 건강 증진을 원한다면, 사우나로 직행하기보다 온탕에서 충분히 몸을 데우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단, 탈수 예방을 위해 입욕 전후로 충분한 물을 마시고,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 후 안전하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