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먹는 야식, 정말 살 찌는 이유와 오해
다이어트 야식의 핵심, ‘단백질’이 신진대사 높이는 원리
살 안 찌는 건강 야식 추천: 밤에 배고플때 먹기 좋은 3가지 조합
“야식은 건강과 다이어트의 적.” 우리가 상식처럼 여겨온 말이다. 실제로 많은 과학적 연구는 야간의 음식 섭취가 비만 및 대사 증후군과 관련이 깊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저녁 식사 후 출출함을 참기란 고역이다. 습관처럼 즐기던 약간의 간식을 하루아침에 끊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늦은 밤, 허기진 배를 달래면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정말 없는 걸까?

야식 고민? 먹으면 더 좋은 야식
영양 전문가들은 “무조건 굶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소화기가 휴식을 취해야 할 밤늦은 시간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명하게 선택한 간식은 오히려 신진대사를 지원하고 건강한 체중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야식을 경고하는 과학적 이유
밤늦게 먹는 것이 왜 좋지 않다고 하는 걸까? 단순히 ‘밤에 먹으면 살이 쪄서’라는 막연한 이유를 넘어, 우리 몸의 생체 시계와 호르몬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한 영양 전문가는 “우리 몸의 소화 기능과 신진대사율은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느려진다”며, “이때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불량, 위산 역류는 물론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신체가 휴식과 재충전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소화라는 노동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현상을 ‘시간생물학’과 ‘호르몬’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우리 몸은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에 따라 움직인다. 낮에는 활동과 에너지 소비에 최적화되어 있고, 밤에는 휴식과 회복 모드로 전환된다. 늦은 시간의 식사는 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교란시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과 ‘그렐린’의 변화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밤이 되면 수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공복감을 유발하는 그렐린 수치는 높아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저녁 6시에 식사를 마친 그룹에 비해 밤 10시에 식사한 그룹은 다음 날 그렐린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나, 결과적으로 더 강한 배고픔과 식탐을 느꼈다. 즉, 밤에는 낮보다 포만감을 덜 느껴 과식하기 쉬운 생리적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밤에 먹으면 더 좋은 야식, 사과, 후무스, 그릭요거트
‘가짜 배고픔’인가, ‘진짜 배고픔’인가? : ‘음식 소음’ 이해하기
전문가들은 야식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스트레스, 지루함, 불안감 등 감정적인 허기를 채우기 위한 습관인지, 아니면 신체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순수한 ‘배고픔’ 신호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만약 진정한 배고픔이라면, 이를 무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공복을 억지로 참으면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 나중에 폭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특히 주목할 개념은 ‘음식 소음(Food Noise)’이다. 이는 배고픔과 무관하게 음식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현상을 말한다. “뭘 먹지?”, “달콤한 게 당기는데”와 같은 생각이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음식 소음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낮 동안의 불규칙한 식사나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이다. 낮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뇌는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라는 신호를 밤에 더욱 강력하게 보내게 된다.
결국, 밤 시간의 불필요한 식탐과 ‘음식 소음’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낮 동안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몸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신진대사를 깨우는 똑똑한 야식 3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은 밤 허기가 찾아온다면, 어떤 음식을 선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단백질’이 풍부한 간식을 추천한다. 단백질은 다른 영양소에 비해 ‘식품의 열 효과(Thermic Effect of Food, TEF)’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식품의 열 효과란, 우리가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단백질: 섭취 칼로리의 20~30% 소모
탄수화물: 섭취 칼로리의 5~15% 소모
지방: 섭취 칼로리의 0~5% 소모
즉,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은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칼로리를 태우게 되므로, 신진대사율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건강 야식 세가지가 있다.
1. 사과와 피넛버터, 그리고 시나몬

사과와 땅콩버터, 계피가루, 몸에 좋은 야식
한 연구에서는 비만 여성을 대상으로 12주간 매일 사과를 포함한 과일을 섭취한 그룹이 귀리 쿠키를 먹은 그룹보다 더 많은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나몬은 일부 연구에서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고 식후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드세요: 사과를 얇게 썰어 땅콩버터 한 스푼(약 15g)을 펴 바르고, 그 위에 계피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다. 아삭함, 고소함, 향긋함이 어우러져 고급 디저트 못지않은 맛과 영양을 제공한다.
2. 스트링 치즈와 후무스, 채소 스틱

채소 스틱과 후무스, 몸에 좋은 야식
단백질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며, 혈당 수치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아 늦은 밤 간식으로 적합하다. 아삭한 채소 스틱은 수분과 섬유질을 보충해주어 만족감을 더욱 높여준다.
이렇게 드세요: 두부 반 모(약 150g)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뺀 후 으깨준다. 여기에 간장 반 스푼, 다진 마늘 약간, 참기름 한 스푼을 넣고 섞으면 감칠맛 나는 ‘한국식 두부 딥’이 완성된다. 취향에 따라 잘게 썬 쪽파나 깨를 추가해도 좋다. 이 딥에 채소 스틱을 찍어 먹으면 건강과 맛을 모두 잡을 수 있다.
3. 그릭 요거트와 견과류

그릭요거트와 견과류, 몸에 좋은 야식
그릭 요거트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야식 메뉴다. 일반 요거트보다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아 포만감이 뛰어나고, 프로바이오틱스를 함유해 장 건강에도 이롭다.
여기에 아몬드, 호두와 같은 견과류를 한 줌 추가하면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을 더욱 보충할 수 있어 든든함이 배가 된다. 만약 단맛을 더하고 싶다면 설탕 대신 블루베리나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 베리류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혈당 부담이 적다.
이렇게 드세요: 플레인 그릭 요거트 약 100g에 견과류 한 줌을 올리거나, 검은콩가루를 넣어 잘 섞어 준다. 꿀이나 시럽 대신 냉동 블루베리를 몇 알 추가하면 자연스러운 단맛과 항산화 효과까지 챙길 수 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