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는 사람만 간다는 강원도 인제 ‘비밀의 계곡’
“신분증 맡기고 서약서 쓰세요”
여름 휴가철, 인파로 북적이는 유명 계곡은 피하고 싶다면? 군사 통제구역 안에 숨겨져 1년 중 단 두 달만 일반인에게 허락되는 강원도 인제군의 ‘오개탕(五溪湯) 계곡’이 바로 그 해답이다. 선녀가 목욕했다는 전설이 깃든 천혜의 비경과 얼음장 같은 계곡물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단숨에 잊게 만든다.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었던 이곳의 문이 곧 열린다.

강원도 인제 오개탕 계곡 / 출처 : 인제군 블로그
군사훈련장이 품은 1급수 비경, 오개탕
강원도 인제군 남면 어론리,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영내에 자리한 오개탕 계곡은 그 이름처럼 5개의 천연 탕(湯)이 연이어 나타나는 곳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수천 년에 걸쳐 거대한 화강암을 깎아내며 만든 자연의 걸작이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바닥의 돌멩이 하나하나가 훤히 보이고,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면 온몸이 짜릿해질 정도로 차갑다.이곳이 특별한 가장 큰 이유는 민간인 통제선 안에 위치한 군사지역이라는 점이다. 평소에는 KCTC의 실전 같은 훈련이 벌어지는 장소이기에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오직 군 장병들의 휴식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1년 중 7월과 8월, 두 달간만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이마저도 훈련 기간과 겹치면 출입이 불가능해, 방문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접근성 덕분에 오개탕은 인공적인 훼손 없이 원시 그대로의 청정함을 간직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우거진 짙은 녹음은 완벽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매끄러운 바위 곳곳은 자연이 내어준 완벽한 쉼터가 된다.

강원도 인제군 오개탕 / 출처 : 인제군 블로그
선녀의 목욕탕에서 즐기는 자연 워터파크
오개탕에는 옛날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신비로운 분위기만큼이나 계곡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특히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바로 ‘돌 미끄럼틀’이다. 오랜 세월 물살에 닳고 닳아 매끄러워진 바위 위로 계곡물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천연 슬라이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최고의 놀이터가 되어준다.다섯 개의 탕은 각각 수심이 다르다. 얕은 곳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고, 깊은 곳은 어른의 키를 훌쩍 넘겨 다이빙과 수영을 즐기는 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바위에 낀 이끼 때문에 매우 미끄러우므로 아쿠아슈즈 착용은 필수다.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나 튜브를 챙기는 것도 좋다.

강원도 인제 오개탕 계곡, 군사지역이라 여름철에만 민간인에 개방된다 / 출처 : 인제군 블로그
방문 전 필수 확인! 예약 및 출입 절차
오개탕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복잡하지만 필수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사전 예약은 필수: 방문 최소 일주일 전,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지휘통제실(033-460-8682)**에 전화해 방문 날짜와 인원을 알리고 출입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훈련 일정이 잡혀있으면 예약은 불가능하다.
출입 절차: 예약 당일, 부대 입구의 면회안내소를 방문해 대표자의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객 전원이 출입 허가 신청서와 보안 서약서를 작성해야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이용 시간: 개방 기간 중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시간厳守는 필수다.
주차는 부대 입구 비석 근처 공터에 가능하지만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주차 후 계곡까지는 짐을 들고 가파른 숲길을 5~10분가량 내려가야 하므로, 짐은 최대한 간소하게 꾸리는 것이 좋다.

강원도 인제 오개탕 계곡, 여름철에만 개방 / 출처 : 인제군 블로그
꼭 지켜야 할 약속, 그리고 여행 팁
청정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오개탕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취사는 절대 금지이며, 간단한 간식과 음료만 반입할 수 있다. 발생한 쓰레기는 단 하나도 남김없이 되가져와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가장 중요한 점은 내부에 화장실이나 탈의실 같은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방문 전 이 점을 반드시 숙지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물놀이 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다면 차로 멀지 않은 신남 시내의 맛집들을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신남순대국’의 김치찌개, ‘대복식당’의 제육볶음, ‘신남돈가스’는 오개탕 여행의 만족도를 한층 높여줄 것이다.
1년 중 허락된 시간은 단 두 달.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이 만들어낸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태고의 자연미를 간직한 오개탕 계곡.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숨은 휴가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올여름 용기 내어 인제 오개탕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단, 우리가 누리는 이 특별한 자연은 미래 세대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