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맞이 기운 받으러 가자”
전국 ‘기(氣) 좋은’ 명당 사찰 순례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해의 복을 기원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설을 앞두고 가족의 안녕과 개인의 소망을 담아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사찰을 찾는 발걸음도 분주해졌다.예로부터 산과 바다, 물과 바람이 만나는 자리는 하늘과 땅의 기운이 교차하는 명당으로 여겨졌다. 최근에도 해안 절경과 어우러진 사찰들은 일출 명소이자 새해 소망 기도처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맑은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싶다면, 산세와 해안 절경이 어우러진, 이른바 ‘기(氣) 좋은’ 명당 사찰을 따라가 보자.
사진=전남 여수 향일암
남해 바다를 품은 관음 성지… 여수 향일암과 남해 보리암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이름 그대로 ‘해를 향한 암자’다. 금오산 절벽 위에 자리한 이 사찰은 동해·서해와는 또 다른 남해 특유의 수평선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최근에도 일출 명소로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좁은 바위 틈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하는 동선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구조로,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거친 암반과 탁 트인 바다 풍경이 대비를 이루며, 이곳을 찾는 이들은 “바람과 파도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된다”고 말한다.
경남 남해 금산 자락의 보리암 역시 바다와 산이 동시에 펼쳐지는 대표 관음 성지다. 금산 정상부에 가까운 위치 덕분에 다도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사찰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한 위로를 준다. 최근 남해군 관광 안내에서도 보리암은 ‘새해 소망 명소’로 반복 언급되고 있다. 과장된 신비담보다 이곳의 매력은 분명하다. 절벽과 바다, 하늘이 겹겹이 겹치는 장면이 방문객에게 압도적인 개방감을 안긴다.
사진=강화 석모도의 보문사
서울에서 비교적 접근이 쉬운 강화 석모도의 보문사는 한국 3대 관음 성지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 마애불은 서해를 향해 앉아 있으며,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동안 자연스레 호흡이 고르게 정돈된다. 최근 강화군 관광 홍보 자료에서도 보문사는 ‘사계절 산책 명소’로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마애불 앞 공간은 소란스러운 분위기보다 차분한 침묵이 먼저 감도는 자리다. 석굴 형태의 기도 공간과 오래된 향나무 등은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인근 석모도 미네랄 온천과 연계한 일정도 최근 여행 코스로 자주 언급된다. 산과 바다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도심과는 전혀 다른 리듬을 제공한다.
사진=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는 동해를 마주한 대표 고찰이다. 특히 홍련암은 절벽 위에 세워진 암자로, 바닷물이 바로 아래에서 출렁이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최근 강원권 여행 콘텐츠에서도 ‘해안 사찰 명상 코스’로 자주 등장한다.
낙산사 경내의 해수관음상과 해안 산책로는 동해의 탁 트인 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일출 시간에 맞춰 찾는 방문객도 많지만, 해가 높이 떠 있는 낮 시간대 역시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사찰 풍경이 인상적이다. 자연재해 이후 복원 과정을 거치며 새롭게 정비된 산책로는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사진=생성형이미지
‘기 좋은 사찰’ 여행이 남기는 것
‘기(氣)’라는 표현은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산과 바다, 숲과 바람이 만나는 지형적 특성은 분명 사람의 감각에 영향을 준다. 높은 곳에 오르면 시야가 넓어지고, 물가에 서면 생각이 정돈된다. 최근 명상·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꾸준히 운영되며 사찰이 ‘쉼의 공간’으로 재조명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사찰은 단순히 소원을 비는 장소라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공간에 가깝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두고,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는 일. 돌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호흡을 맞추는 일. 그것이야말로 액운을 막고 행운을 부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 모른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