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그니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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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5성급으로 분류되는 특급호텔들이 국제적인 평가 기준에서는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호텔판 미쉐린’으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의 2025년 평가에서 다수의 국내 특급호텔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매년 전 세계 고급 호텔, 레스토랑, 스파 등을 대상으로 전문 조사원들이 900여 개 항목을 평가해 ▲5성(최고급) ▲4성(고급) ▲추천(기본 수준) 등급으로 나눈다. 이 평가 결과는 글로벌 호텔 업계에서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다.
사진=시그니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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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에서 5성을 유지한 호텔은 ‘서울신라호텔’과 ‘포시즌스호텔’ 단 두 곳뿐이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5성급으로 홍보되는 여러 호텔이 4성 또는 최하위 등급인 ‘추천’ 등급을 받으며 체면을 구겼다. 대표적으로 조선팰리스, 웨스틴조선, 파크 하얏트 서울, 콘래드 서울 등이 4성급에 머물렀으며, 롯데호텔 서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반얀트리 서울, 소피텔 엠배서더 서울 등은 ‘추천’ 등급을 받았다.

특히 롯데호텔이 6성급 럭셔리 브랜드로 홍보하며 2017년 4월 문을 연 잠실 시그니엘(SIGNIEL) 호텔은 4성에서 ‘추천’ 등급으로 강등됐다. 1박에 40만 원 이상 내야하는 고급 호텔의 실체에 소비자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의 하락은 예상하지 못했다. 즉시 서비스 개선을 위한 보완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호텔업계는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국내 평가 기준과 글로벌 평가 기준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학교 이훈 교수는 “국내에서는 시설과 객실의 수준을 중심으로 평가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는 맞춤형 서비스와 감성적인 고객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이번 결과는 한국 호텔들이 서비스 품질에서 국제적인 기준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사진=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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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공식적으로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지만, 시설뿐만 아니라 직원 응대 태도, 고객이 느끼는 감정, 특별한 서비스 제공 여부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호텔 성급 제도는 객실 크기나 부대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호텔업계는 이번 결과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를 계기로 서비스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라호텔과 포시즌스호텔처럼 글로벌 기준에 맞춰 꾸준히 서비스를 개선하는 호텔들이 5성급을 유지했다”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한 운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호텔들은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의 까다로운 평가를 감안해 등급을 받은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파라다이스 그룹 관계자는 “비록 5성급을 받지 못했지만, 세계적인 평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