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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탈모 부작용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위고비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GLP-1 호르몬 유사 작용을 통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늘리는 효과가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약물이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내 성인 비만 환자 중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 1926명과 식욕억제제 콘트라브(부프로피온-날트렉손) 사용자 1348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위고비 사용자에게서 탈모 부작용이 5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의학논문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를 통해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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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부작용은 위고비 임상시험에서도 관찰된 바 있으며, 특히 중증 비만 성인의 약 3%, 12~17세 청소년의 약 4%에서 보고됐다. 연구진은 탈모 원인으로 위고비의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에 따른 단백질과 철분 등의 영양 결핍 가능성과 급격한 체중 감소로 인한 생리적 스트레스, 모발 성장 주기 교란 등을 꼽았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게리 골든버그 박사도 “세마글루타이드는 식욕을 억제해 덜 먹게 만들고, 이는 필수 영양소 섭취 부족으로 이어져 모낭이 약해질 수 있다”며 “특히 여성의 경우 호르몬 변화에 민감해 탈모 위험이 두 배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위고비를 사용할 경우 충분한 영양 섭취와 함께 철분, 아연, 비타민 등의 보충제 복용을 고려하고, 운동을 병행하며 점진적인 체중 감량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약물 복용 중 탈모 증상이 나타난다면 피부과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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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위고비는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이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블루엠텍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만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에서는 체질량지수(BMI) 측정이나 병력 확인 없이 1분 만에 처방전을 발급하는 등의 무분별한 처방 실태도 여전해, 안전성과 처방 기준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고비가 가진 높은 효과만큼이나 부작용과 오남용 위험도 크다는 점에서,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한 신중한 처방과 올바른 사용법의 사회적 인식 확산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