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넘어 로봇·제조까지, 현대차와 삼성이 그리는 AI 생태계의 큰 그림

새만금 AI 밸리 프로젝트 본격화, 한국 자동차·반도체 연합 전선 구축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잇달아 만나면서 한국 산업계에 거대한 변화가 예고됐다.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한국의 미래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이번 연쇄 회동의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차세대 AI 반도체 공급망 확보, 그리고 두 산업을 묶는 거대 생태계 구축에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공개된 사진 한 장이 모든 논의의 구체적인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제네시스 모형을 들고 웃은 배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정의선 회장과 젠슨 황 CEO가 제네시스 마그마 차량 모형을 들고 함께 섰다. 이는 지난달 젠슨 황 CEO의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방문에 이은 후속 회동으로, 양측의 협력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논의는 현대차가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에 엔비디아의 기술을 어떻게 심을지에 집중됐다. 단순히 자율주행 기술을 넘어 로보틱스, 제조 공정의 인공지능(AI)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지면서 실질적인 사업 추진과 기술 적용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9조원 투입되는 새만금, 엔비디아의 역할이 드러났다

양사 협력의 핵심 무대 중 하나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새만금 AI 밸리다. 현대차그룹은 이곳 약 112만4천㎡ 부지에 9조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로봇과 AI, 수소에너지와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미래 산업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컴퓨팅 기술은 이 거대 계획의 심장 역할을 한다. 자동차 생산 라인의 품질 검사, 물류, 설비 운영을 AI가 최적화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을 실제 제조 현장에 투입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앞으로 내가 탈 자동차, 내가 일할 공장이 이렇게 바뀐다는 의미다.

이재용 회장까지 가세하며 AI 반도체 동맹이 완성됐다

정의선 회장의 방문 직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젠슨 황 CEO와 만나 AI 반도체 협력을 다졌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엔비디아는 삼성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로써 거대한 AI 생태계의 그림이 완성됐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 팩토리라는 ‘움직이는 AI’를 구현하면, 삼성은 그 두뇌 역할을 할 AI 반도체와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글로벌 AI 생태계 확대와 한국 내 AI 인프라 투자 방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과 이재용 회장이 각기 다른 길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한국의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하나의 AI 동맹으로 묶는 거대한 전략의 일부였던 셈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