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제네시스 전기차,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반복 결함으로 오너들 시름... ‘펑’ 소리 후 차량 멈춤, 17만대 리콜에도 문제 이어져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멈춰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만약 퇴근 시간 지하차도 한가운데서 ‘펑’ 소리와 함께 차가 서 버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전기차를 큰맘 먹고 샀는데, 갑자기 길바닥에서 ‘벽돌’이 되어버리는 악몽을 겪는 오너들이 있습니다. 바로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서 반복되고 있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결함 때문입니다. 이미 두 차례나 대규모 리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해당 차량 오너들의 분통이 터지고 있습니다.
통합충전제어장치 ‘ICCU’ 결함 (출처=자동차리콜센터)
주행 중 ‘펑’ 소리 후 ‘벽돌’ 되는 악몽
ICCU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 전기를 사용 가능한 형태로 바꿔서 12V 배터리를 충전해 주는, 마치 전기차의 ‘피 공급 통로’ 같은 핵심 부품입니다. 이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12V 배터리 충전이 멈추고, 결국 차량의 전자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고장 과정이 매우 갑작스럽다는 것입니다.

현대차 통합충전제어장치 ‘ICCU’ (출처=현대차)

아이오닉6 (출처=현대차)
이 ICCU 결함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주요 전기차 모델들(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GV60 등 E-GMP 플랫폼 기반)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문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3년 3월과 2024년 12월, 이미 두 차례나 대규모 리콜이 진행되었습니다. 국내에서만 17만 대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35만 대가 넘는 차량이 리콜 대상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리콜을 받고 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지만, 안타깝게도 리콜 이후에도 동일한 ‘펑’ 소리와 함께 차량이 멈춰 서는 결함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이오닉6 (출처=현대차)
“부품 없대요”... 수리도 ‘하세월’ 이중고
ICCU 결함 자체도 짜증나는 일이지만, 고장 발생 후 수리 과정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차가 멈춰서는 황당한 상황을 겪고 서비스 센터에 가도, ICCU 부품 재고가 부족해 수리에 일주일 이상 걸린다는 안내를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차주들은 ‘내 차가 벽돌 됐는데 수리까지 기약 없다니!’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리 기간 동안 대차로 내연기관차를 받는 경우가 많아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이나 저렴한 유지비 때문에 전기차를 구매했던 오너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대차로 받은 차는 좋은데, 이런 결함 때문에 다음 차는 현대차나 기아 전기차를 다시 사야 할지 고민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대차 E-GMP 플랫폼 (출처=현대차)
현대차 측은 “다양한 차량 사용 및 환경 조건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추가 검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자체를 단기간에 교체하는 것이 어렵고, E-GMP 플랫폼과의 최적화 문제, 엄청난 개발 및 투자 비용 때문에 ICCU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 소프트웨어 등으로 ‘고쳐 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전기차는 아직 역사가 짧아 핵심 부품 신뢰성 확보가 숙제”라는 설명도 있지만, 반복되는 대규모 리콜과 결함 재발은 ‘품질 경영’을 강조해 온 현대차그룹의 명성에 큰 먹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