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하늘이 건넨 ‘잠시 멈춤’의 선물

동해바다 쌍무지개 / 사진 : 박동식
동해바다는 늘 마음 속 고향이다.
분주한 일상으로 쌓여가는 고됨이 몸과 마음을 눌러도, 동해바다 생각을 하면 가벼워진다.
묘하게도 나에게 동해바다는 푸르고, 짙고, 거칠다.
낚시대를 들고 동해로 향했다. 푸르고 짙고 웅장한 동해바다가 고팠고, 갓 잡아 올린 은빛 고기의 반짝임이 그리웠다.

동해바다 / 사진 : 박동식

묵호항 노포식당 / 사진 : 박동식
대진항으로 향하기 전, 묵호항으로 발길을 옮겼다.
수십 년은 족히 된 듯한 노포집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간판과, 문을 열어 확인하기 전에는 영업 중인지 알 수 없는 허름한 식당.

묵호항 노포식당 / 사진 : 박동식

묵호항 노포식당 / 사진 : 박동식
허기를 채우고, 대진항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따던 순간 하늘 끝이 환하게 빛이난다.
그곳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해바다의 모습을 드리우고 있었다.

동해바다에 뜬 쌍무지개 / 사진 : 박동식
하나만으로도 벅찬 무지개가, 그 위에 또 하나의 곡선을 그리며 겹겹이 서 있다. 마치 누군가 바다와 하늘 사이에 비밀스러운 문을 두 겹으로 걸어놓은 듯.

동해바다에 뜬 쌍무지개 / 사진 : 박동식
첫 번째 반사로 선명한 주무지개가, 두 번째 반사로 색의 순서가 거꾸로 된 희미한 보조 무지개가 나타난다. 빛과 물방울, 그리고 하늘의 각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만 볼 수 있는, 자연의 우연이 만든 기적이었다.

동해바다에 뜬 쌍무지개 / 사진 : 박동식
바다는 여전히 출렁였고, 파도 소리는 부드럽게 가슴을 두드렸다.
하늘은 무지개의 끝을 바다 속으로 집어넣으며, 마치 ‘여기서 잠시 쉬어도 좋다’고 속삭이는 듯했다.
해가 기울며 무지개는 서서히 사라졌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는 여전히 동해의 파도가 보였다.
오늘 낚시에서 잡은 고기보다, 귀한 것을 얻었다.
그것은 ‘잠시 멈춰 설 용기’였다.
자연이 건넨 쌍무지개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아무리 고된 하루도, 잠시 멈추고 올려다보면
하늘은 언제든 새로운 빛을 내려준다는 것.
박동식 기자 dspark@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