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분화 비상에도 인기
죽기 전에 가볼 세계 활화산 여행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검은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고 붉은 용암이 산비탈을 따라 흐르는 장면은 여행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실제로 세계 곳곳의 활화산은 트레킹과 사진 촬영, 지질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관광지로 개방됐다고 해서 안전한 산이라는 뜻은 아니다.

최근에도 갑작스러운 화산분화로 탐방객이 긴급 대피하거나 항공편이 취소되는 일이 반복됐다. 장엄한 자연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지만, 경보 단계와 출입 제한을 무시하는 순간 여행은 재난으로 바뀔 수 있다.
사진=이탈리아 시칠리아 에트나산
사진=이탈리아 시칠리아 에트나산
■ 이탈리아 시칠리아 에트나산…유럽 대표 화산 관광지

시칠리아섬 동부에 자리한 에트나산은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산 가운데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케이블카와 사륜구동 차량, 전문 가이드 트레킹 등을 통해 화산 지형을 둘러볼 수 있어 시칠리아 여행의 대표 코스로 꼽힌다.

문제는 에트나산의 활동이 여행 일정과 무관하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2025년 6월 분화 당시 정상부 인근에서 화산재 기둥이 솟아오르자 등반객들이 급히 산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분화가 발생하면 정상 접근이 통제될 수 있고 바람 방향에 따라 인근 카타니아 공항 운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상부를 찾을 때는 개인 등반보다 허가된 가이드 상품을 이용하고, 당일 통제 구역을 확인해야 한다.
사진=일본 가고시마 사쿠라지마
사진=일본 가고시마 사쿠라지마
■ 일본 가고시마 사쿠라지마…도심 앞에서 연기 뿜는 화산

가고시마만에 솟은 사쿠라지마는 배를 타고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일본의 대표 활화산 관광지다. 가고시마항에서 페리로 이동할 수 있으며 전망대와 족욕 시설, 화산재가 쌓인 풍경을 둘러보는 관광 코스가 잘 마련돼 있다.

다만 사쿠라지마는 현재도 화산 활동이 이어지는 곳이다. 일본 기상청은 분화구 인근 접근을 제한하는 분화경계 레벨 3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도 화산재 관련 항공 정보가 여러 차례 발표됐다. 여행 중에는 화산재가 내리면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하고 콘택트렌즈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화산재가 쌓인 도로에서 급제동하거나 와이퍼를 바로 작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진=러시아 캄차카 셰벨루치산
사진=러시아 캄차카 셰벨루치산


■ 필리핀 마욘산…완벽한 원뿔 아래 이어지는 경계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의 마욘산은 좌우 대칭에 가까운 원뿔형 산세로 유명하다. 레가스피 지역에서는 전망대와 유적지, ATV 체험장 등에서 산을 바라볼 수 있어 현지의 대표 관광 자원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외형과 달리 필리핀에서 가장 위험한 활화산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26년 들어 마그마 활동과 용암 유출, 낙석 등이 관측되면서 경보 3단계가 유지됐다. 분화구 주변 상시 위험구역은 관광 목적이라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 마욘산 여행은 정상 등반이 아니라 충분히 떨어진 전망 지점에서 감상하는 방식으로 계획하는 편이 안전하다.
사진=인도네시아 두코노산
사진=인도네시아 두코노산
■ 인도네시아 두코노산…금지구역 들어간 등반객 참사

인도네시아 할마헤라섬의 두코노산은 수십 년간 활동이 이어진 활화산이다. 화산재를 내뿜는 거대한 분화구를 보기 위해 모험 여행객과 등반객이 찾지만, 현재의 화산 활동을 고려하면 일반 관광지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

2026년 5월에는 출입이 금지된 구역으로 들어간 등반객들이 화산분화에 휘말려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당시 화산재 기둥은 정상 위 수㎞까지 치솟았다. 당국의 통제선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 거리다. 현지 안내자나 SNS 게시물이 등반 가능성을 언급하더라도 정부 기관의 공식 허가가 없다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사진=러시아 캄차카 셰벨루치산
사진=러시아 캄차카 셰벨루치산
■ 러시아 캄차카 셰벨루치산…항공로까지 위협하는 화산재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의 셰벨루치산은 세계에서 활동이 매우 잦은 활화산 가운데 하나다. 캄차카는 화산과 빙하, 야생 자연을 함께 볼 수 있어 오지 여행지로 알려졌지만 접근성이 낮고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2026년 여름 셰벨루치산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북태평양 항공로 쪽으로 이동하면서 알래스카 일부 항공편이 취소되기도 했다. 화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화산재의 이동 방향에 따라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우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캄차카 여행자는 화산 상태뿐 아니라 환승 항공편과 대체 이동 수단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활화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등산화보다 정확한 정보다. 출발 전에는 현지 화산 관측기관의 경보 단계와 여행경보, 항공사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통제선 안으로 들어가거나 분화구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화산재가 발생하면 실내로 이동해 문과 창문을 닫고, 마스크가 없다면 젖은 천으로 코와 입을 가려야 한다.

세계 위험한 활화산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특한 여행 풍경을 선사한다. 그러나 화산분화는 예고된 공연이 아니다. 멋진 사진 한 장보다 경보 한 줄을 먼저 확인하는 태도가 활화산 여행의 출발점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