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가장 안전하다 믿었던 그 장소, 하마터면 영영 사라질 뻔

유품 정리 중 실수로 버려져…경찰 CCTV 분석으로 드러난 사연

버려진 밥솥에 숨겨진 2100만원 70대 경비원이 발견 / 경찰청 유튜브
버려진 밥솥에 숨겨진 2100만원 70대 경비원이 발견 / 경찰청 유튜브
경남 거제시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경비원이 버려진 전기밥솥을 발견했다. 겉보기엔 그저 낡은 고물이었지만, 묵직한 무게감에 열어본 밥솥 안에는 순금 25돈이 들어있었다. 시가 21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손에 쥔 경비원의 선택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 그의 손에 들린 금품의 운명은 그렇게 하루 뒤에 결정됐다.

지난 4월 12일, 옥포동의 한 아파트 폐기물 처리장에서 분리수거 업무를 하던 경비원 A씨의 눈에 낡은 전기밥솥 하나가 들어왔다. 무심코 들었지만 예상보다 묵직한 느낌에 내부를 확인하자, 그곳에는 골드바와 금반지 등이 빛나고 있었다.

총 25돈, 시가 21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A씨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마음을 굳혔다. 그는 다음 날 자신의 근무를 모두 마친 뒤에야 곧장 인근 지구대를 찾아 “주인을 찾아달라”며 금품을 모두 제출했다.



버려진 밥솥에 숨겨진 2100만원 70대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 / 경찰청 유튜브
버려진 밥솥에 숨겨진 2100만원 70대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 / 경찰청 유튜브

밥솥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어머니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아파트 단지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주변 탐문을 통해 밥솥을 버린 사람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밥솥의 주인은 최근 세상을 떠난 여성 B씨의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생전에 귀중품을 보관할 가장 안전한 장소로 전기밥솥을 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자신만의 금고였던 셈이다.

B씨의 유족들은 고인이 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밥솥 내부는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폐가전과 함께 집 밖에 내놓았던 것이다. 만약 누군가 유품을 정리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런 실수가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 공감할 수 있다.

경비원의 신고가 없었다면 사라질 뻔한 유산

경찰의 연락을 받고 지구대를 찾은 유족은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하마터면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유산을 영영 잃어버릴 뻔했다는 생각에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유족은 경비원 A씨에게도 허리 숙여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이 남긴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금품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날 가장 빛났던 것은 순금이 아니라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의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선행 덕분에 어머니의 유품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