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SUV로도 부족하다는 고소득층의 불만, 제네시스가 꺼내든 카드는 달랐다.
벤츠 X클래스 단종 선례에도 불구하고 픽업트럭 개발설이 다시 떠오르는 배경.
제네시스가 공개한 픽업트럭 예상도 디자인 스케치 / 제네시스
수천만 원짜리 럭셔리 SUV를 몰아도 주말마다 싣는 캠핑 장비에 짐칸이 부족하다는 불만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런 고소득층의 갈증 속에서 제네시스의 픽업트럭 개발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가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핵심은 제네시스가 꺼내든 카드가 기존 시장의 문법과 다르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고소득층 수요, 친환경 파워트레인, 브랜드 이미지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얽혀있다.
단순히 엠블럼만 바꿔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디젤 대신 꺼내든 친환경 파워트레인
제네시스 픽업트럭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그룹의 프레임바디 픽업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달랐다. 모노코크 기반의 싼타크루즈와는 별개로 ‘볼더’라는 이름으로 북미 시장을 직접 겨냥한다. 핵심 승부수는 파워트레인이다.
기아 타스만이 여전히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삼는 것과 달리, 이 프로젝트는 디젤을 완전히 배제했다. 대신 하이브리드 또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EREV는 엔진을 발전용으로만 쓰고 구동은 전기모터가 전담하는 구조로, 완충 시 9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GV70 마그마 콘셉트카 / 제네시스
벤츠 실패에도 제네시스는 다를 것이란 기대
프리미엄 브랜드의 픽업 도전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야심 차게 내놓았던 X클래스는 뚜렷한 성과 없이 단종되며 럭셔리 픽업의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제네시스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 세단과 SUV 라인업을 독자 딜러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픽업트럭이 출시되더라도 기존 유통망 안에서 차별화된 고급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마련된 셈이다. 이는 벤츠가 겪었던 실패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다.
제네시스가 공개한 픽업트럭 예상도 디자인 스케치 / 제네시스
픽업트럭보다 더 시급한 우선순위
이러한 기대감에도 제네시스 픽업은 아직 공식 승인되지 않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브랜드를 이끄는 루크 동커볼케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픽업트럭을 검토했지만 지금은 브랜드 전략과 맞지 않다”며 시기가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제네시스의 시선은 당장 다른 곳을 향해있다. 순수 전기 플래그십 대형 SUV인 GV90이 오는 9월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3.2리터 터보 V8 엔진을 얹은 슈퍼카 ‘마그마 GT’ 역시 2030년 이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이 한창이다. 연간 최소 300대 생산이 필요한 모델이다.
현대자동차 볼더 콘셉트 / 현대자동차
결국 제네시스 픽업트럭은 당분간 아이디어 차원의 카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EREV 파워트레인을 앞세운 프리미엄 픽업이 실제로 등장한다면, 이는 기존 시장의 판도를 흔들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