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 40% 차지하는 배터리, 이제는 소유 대신 빌려 쓰는 시대 오나
10월부터 2,000대 한정 실증 사업 돌입… 월 사용료와 보조금 적용이 관건
전기 충전 포트 / 현대자동차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장벽은 단연 초기 비용이다. 내연기관차보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비싼 가격표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이 가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방식이 등장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핵심은 차량과 배터리를 분리해 구매하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다. 국토교통부가 이 서비스의 실증특례를 의결하면서, 높은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과연 이 새로운 방식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차 값의 40%, 배터리 가격이 초기 비용 부담의 핵심
전기차 배터리 예시 이미지 /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격이 왜 비싼지를 따져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바로 배터리 때문이다. 통상 전기차 전체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한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본형 가격이 4,740만 원인데, 이 중 배터리 가격만 최대 2,000만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소비자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리스사를 통해 매달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초기 구매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실구매가는 2,000만 원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라면 자신의 예산과 직접 비교해볼 만한 대목이다.
구독 서비스, 모든 소비자가 바로 이용할 수 있나
아이오닉 5 파워트레인 / 현대차그룹
물론 당장 모든 전기차 구매자가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허용된 것은 정식 제도가 아닌 ‘실증특례’다. 시장 반응과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을 미리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시범 운영인 셈이다.
오는 10월부터 현대차의 전기차 2,000대에 한정해 우선 추진된다. 소비자는 차체만 소유하고, 리스사가 배터리 소유권을 가지며 관리와 나중의 회수까지 책임진다. 아직 월 구독료가 얼마로 책정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정부와 사업자는 이번 실증을 통해 소비자의 실제 비용 부담 정도, 제도적 보완점 등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전면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전기차 충전소 / 현대차그룹
단순한 가격 인하를 넘어 자원순환까지 본다
배터리 구독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초기 비용 절감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자원순환 경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리스 사업자가 배터리 소유권을 갖게 되면, 사용 기간이 끝난 배터리를 체계적으로 회수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기 용이해진다.
이는 폐배터리 처리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핵심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나 배터리 성능이 저하됐을 때 교체나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결국 이번 실증특례는 전기차 구매 방식에 ‘선택지’를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량 전체를 소유할 것인지, 아니면 초기 비용을 낮추고 배터리를 구독할 것인지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조건들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전기차 대중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시도임은 분명하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