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기차 대중화의 아이콘이었던 기아 니로EV가 단종 수순에 돌입했다.
판매량 급감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와 기아의 새로운 전동화 전략을 살펴본다.
니로EV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때 ‘가성비 전기차’의 상징으로 불리며 전기차 대중화의 문을 활짝 열었던 기아 니로EV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기아는 최근 니로EV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재고 소진 시 판매를 종료한다고 공식화했다. 2017년 첫선을 보인 지 약 8년 만의 결정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준수한 성능으로 첫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어주었던 니로EV. 하지만 어째서 갑작스러운 단종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강력한 후발주자의 등장, 태생적 한계, 그리고 브랜드의 전략 변화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설 자리 잃어버린 원조 전기차
니로EV / 사진=Mobility Ground
니로EV의 단종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매량 지표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2022년 2세대 모델 출시 당시 9천 대를 넘기며 정점을 찍었던 판매량은 지난해 7천 대 수준으로 줄더니, 올해 들어서는 295대까지 급감했다. 특히 최근 두 달간 판매량은 단 8대에 그치며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완전히 잃었다.
이러한 급격한 판매 부진의 배경에는 기아의 새로운 소형 전기 SUV, EV3가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EV3는 출시와 동시에 시장의 모든 관심을 흡수했다. 지난해에만 2만 대 이상 판매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고, 비슷한 가격대와 체급을 가진 니로EV의 수요를 그대로 가져왔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새로운 대안으로 빠르게 옮겨간 것이다.
태생적 한계, 전용 플랫폼의 벽
니로EV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니로EV가 경쟁에서 밀려난 근본적인 원인은 플랫폼의 한계에 있다. 니로EV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파생형 전기차다. 이 구조는 배터리 탑재 공간과 실내 공간 설계에 제약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400km 초반의 주행거리는 최신 전기차들과 경쟁하기에 부족했고, 충전 속도나 공간 활용성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EV3는 처음부터 전기차만을 위해 설계된 E-GMP 플랫폼 위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500km가 넘는 주행거리, 빠른 초고속 충전, 넓고 효율적인 실내 공간을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명확한 기술적 격차는 소비자들이 니로EV를 외면하고 EV3를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기아의 새로운 청사진, EV 라인업 강화
기아는 니로EV 단종을 계기로 전기차 라인업을 EV 시리즈 중심으로 재편하며 전동화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보급형인 EV3를 필두로 EV4, EV5, EV6, EV9에 이르는 탄탄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기존 니로 브랜드는 앞으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며 친환경차 시장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니로EV는 전기차 시대를 여는 선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제 그 바통을 차세대 주자인 EV3에게 넘겨주며 아름다운 퇴장을 맞이하게 됐다. 니로EV의 단종은 본격적인 전용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