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는 너무 비싸” 가격 앞에 무너진 애국심, 보조금 덜 받는 외산차에 쏠리는 눈
테슬라 모델Y는 현대차 전체를 넘었고, ‘싸구려’라던 중국 BYD는 포드·폭스바겐도 제쳤다

아토 3 / BYD
아토 3 / BYD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전기차 시장의 중심은 단연 현대차와 기아였다. 아이오닉5와 EV6를 앞세운 두 브랜드는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했지만, 이제 그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테슬라와 BYD 등 수입 브랜드들이 무서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산 전기차의 텃밭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 모델Y와 BYD 씨라이언7은 ‘가성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를 넘어 품질, 소프트웨어, 브랜드 신뢰도까지 전반적인 경쟁력이 작용한 결과다. 국산 브랜드 역시 과거의 성공 공식에 안주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구도에 직면했다.

모델Y 하나로 현대차 전체를 넘긴 테슬라



EV6 / 기아
EV6 / 기아




2021년 이후 국산 브랜드가 지배해온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은 테슬라였다.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테슬라 모델Y는 무려 4만 6,927대가 팔리며, 현대차의 전체 전기차 판매량(2만 8,040대)을 단일 모델로 가뿐히 넘어섰다.

현대차와 기아도 EV 시리즈 확장과 아이오닉5 상품성 개선에 힘입어 6만 8,787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단일 모델의 파괴력에서는 테슬라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보조금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테슬라가 이룬 성과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들이 단순 보조금 액수가 아닌, 차량의 전체적인 가치와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중국산 편견 깬 BYD의 돌풍



테슬라 못지않게 주목받는 브랜드는 중국의 BYD다. ‘중국차’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국내 진출 9개월 만에 4,955대를 판매하며 내부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는 포드, 폭스바겐, 지프 등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넘어선 기록으로, 업계에서는 상당한 성과로 평가한다.

BYD의 대표 모델 씨라이언7은 4,49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테슬라 모델Y보다 800만 원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중국차는 믿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도 합리적인 가격과 검증된 기술력 앞에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소비자 등 돌리게 한 국산차 가격 인상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데에는 ‘가격 인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이오닉5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2021년 4,908만 원에서 2025년형 5,218만 원으로 300만 원 넘게 올랐다. EV6 롱레인지 모델 역시 410만 원 인상된 5,530만 원에 달한다.

반면 테슬라 모델Y는 5,299만 원, BYD 씨라이언7은 4,490만 원으로 국산차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실구매가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아이오닉5와 EV6의 국비 보조금은 580만 원이지만 모델Y는 169만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가격에서 수입차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것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그 과실이 더는 현대차와 기아만의 몫이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이 오히려 소비자의 심리적 가격 장벽을 낮춰 수입차의 약진을 도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브랜드 이름값보다 ‘가치 있는 선택’이 소비자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모델 Y / 테슬라
모델 Y / 테슬라


모델Y 실내 / 테슬라
모델Y 실내 / 테슬라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