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4년 만의 공식 발표, ‘철수’ 아닌 ‘역할 전환’ 선언
중국 지리자동차와 협력 강화, 한국 생산 모델까지 영향 미칠까
필랑트 - 출처 : 르노
르노그룹이 단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완성차를 직접 판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 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은 극심한 가격 경쟁과 출혈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현시점에서 현지 판매를 재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르노는 2020년 둥펑, 브릴리언스와의 합작 사업을 종료한 이후 중국 내 직접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판매 대신 공급망 활용 전략적 전환
프랑수아 프로보 CEO - 출처 : 르노
르노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중국 시장 철수’가 아닌 ‘역할 전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완성차를 직접 판매하는 대신,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국의 공급망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첫 성공 사례는 최근 공개된 소형 전기차 ‘트윙고’다. 르노는 트윙고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중국의 공급망과 빠른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프로보 CEO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중국 외 지역에서도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핵심 파트너로 떠오른 지리자동차
르노의 새로운 중국 전략 중심에는 지리(Geely)자동차가 있다. 양사는 이미 다방면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간 500만 개의 생산 능력을 갖춘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호스 파워트레인(Horse Powertrain)’을 공동 운영 중이다. 또한, 르노코리아가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중형 SUV 등 신차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르노의 크로스오버 모델 ‘필랑트’ 역시 지리가 개발한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등 기술적 교류도 활발하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을 넘어 브라질 등 남미 시장으로도 확대되며 글로벌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지리-르노 - 출처 : 호스 파워트레인
전동화 가속화와 잠재적 리스크
르노는 핵심 시장인 유럽의 전기차 전환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리의 검증된 전동화 기술과 중국 공급망을 활용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르노와 지리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는 협력 관계이지만, 미래 시장 상황에 따라 관계가 변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양사의 협력 구도 조율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르노 트윙고 - 출처 : 르노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