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시대의 공룡, 뼈를 깎는 변신으로 시장의 심장을 뛰게 하다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70% 가까이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개미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주인공은 한때 중국 자동차 시장을 호령했던 국영기업 둥펑자동차. 시장은 둥펑의 퇴장이 아닌, 화려한 변신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내연기관 시대의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보야(Voyah)’를 앞세워 미래로 질주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에 투자자들의 돈이 몰린 것이다.
둥펑자동차 CI (출처=둥펑자동차)
둥펑자동차 CI (출처=둥펑자동차)


벼랑 끝에서 꺼내 든 ‘전기차’ 카드

한때 중국 자동차 시장의 ‘공룡’으로 불렸던 둥펑의 추락은 처참했다. BYD 같은 민간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을 무섭게 장악하는 동안, 둥펑은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5년 상반기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가까이 곤두박질쳤고, 순이익은 무려 92%나 증발하며 106억 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과거의 명성에 기댄 안일함이 부른 참사였다.
BYD 친 L EV (출처=BYD)
BYD 친 L EV (출처=BYD)


희망이 된 ‘보야’, 구원투수로 등판하다

하지만 잿더미 속에서도 불씨는 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둥펑이 야심 차게 키워온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보야’였다. 둥펑의 전체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보야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84.8%나 급증하며 유일한 희망으로 떠올랐다. 극명한 실적 차이 앞에서 둥펑의 선택은 과감했다.
보야 지인 (출처=보야)
보야 지인 (출처=보야)


미래가 없는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둥펑자동차’는 그룹에 흡수 합병시켜 상장폐지하고, 성장성이 입증된 ‘보야’를 홍콩 증시에 새롭게 얼굴로 내세우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는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지 않고 기존 주식을 그대로 증시에 올리는 ‘소개 상장’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둥펑 투자자들은 1주당 현금과 함께 새로운 희망인 보야 주식을 나눠 받게 된다.
보야 프리 플러스 (출처=둥펑자동차)
보야 프리 플러스 (출처=둥펑자동차)


시장은 환호했다, 8년 만의 최고가로

‘오래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취한다’는 둥펑의 명확한 메시지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025년 8월 25일, 구조 개편안이 발표되자 둥펑의 주가는 하루 만에 69.18% 치솟은 10.10 홍콩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무려 8년 만에 기록한 최고가다. 투자은행 씨티(Citi)는 곧바로 목표 주가를 10.34홍콩달러로 대폭 상향하며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 미래에 투자하겠다는 결단에 시장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셈이다.
보야 드림 MPV 실내 (출처=보야)
보야 드림 MPV 실내 (출처=보야)
이번 둥펑의 변신은 단순히 한 기업의 생존기를 넘어선다. 중국 정부가 비효율적인 국영 자동차 기업들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터져 나온 가장 극적인 신호탄이다. 이제 둥펑은 ‘보야’라는 날카로운 창을 앞세워 거대 제국을 건설한 BYD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거대 공룡의 반격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흔들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