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팰리세이드 디젤이 ‘귀하신 몸’ 대접? 전쟁이 만든 기현상, 지금 내 차 팔면 신차 값 받는다고? 이게 무슨 일?
“지금 내 차 팔면 새 차 값 받는다고?” 믿기 힘든 일이 현대자동차의 구형 팰리세이드 디젤 모델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형 모델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로만 출시되면서 ‘한 물 간’ 취급을 받을 뻔했지만, 머나먼 러시아에서 때아닌 ‘황제 대접’을 받으며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 수준까지 치솟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공짜로 차를 타다가 되파는 듯한 이 상황,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현대차 1세대 팰리세이드 (출처=인터넷커뮤니티)
국내선 ‘단종 디젤’, 러시아선 ‘없어서 못 모시는 몸’
현대차는 환경 규제와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맞춰 신형 팰리세이드에서 디젤 모델을 없앴다. 당연히 구형 팰리세이드 디젤은 중고차 시장에서 시세 하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일부 팰리세이드 디젤 오너들은 “샀던 가격 그대로 팔았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중고차 잔존가치가 100%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사기급’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현대차 1세대 팰리세이드 프레스티지 (출처=인터넷커뮤니티)

현대차 1세대 팰리세이드 익스클루시브 (출처=인터넷커뮤니티)
러시아 딜러들의 뜨거운 구애에 팰리세이드 디젤 중고 시세는 하락은커녕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 결국 신차 가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신형 2세대 팰리세이드의 가격 인상이다. 신차 가격 자체가 훌쩍 뛰다 보니, 구형 모델의 중고 가격이 신차 수준에 근접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중고차 사이트에는 5천만 원이 넘는 팰리세이드 디젤 매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이게 결코 허위 매물이 아니라는 게 더 놀랍다. 다만, 러시아로 향하는 수출길도 모든 팰리세이드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관세 문제 때문에 2세대 신형이나 1세대 중에서도 완전 끝물 모델은 수출이 어렵다. 덕분에 오히려 1세대 초기나 중기형 모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최신 연식 모델이 더 저렴한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1세대 팰리세이드 측후면 (출처=인터넷커뮤니티)
그렇다면 어떤 팰리세이드 디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엔진은 당연히 2.2리터 디젤이어야 하고, 등급은 옵션이 풍부한 캘리그래피처럼 상위 트림일수록 유리하다. 연식은 2019년식부터 2022년식 사이, 주행거리는 3만~4만km 내외의 차량이 가장 좋은 값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황금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비슷한 스펙의 다른 SUV 모델보다 무려 2천만 원 정도를 더 받고 팔 수 있다는 게 중고차 시장의 정설이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현실이 된 셈이다.

더 뉴 팰리세이드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현대차)
이처럼 팰리세이드 디젤 중고 시세가 요동치자, 국내 소비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덜컥 구매했다가 수출길이 막히거나 시세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국내 중고차 딜러는 “현재 팰리세이드, 특히 디젤 모델은 수출 변수로 인해 시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실제 차량의 가치와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뜻밖의 러시아발 호재로 황제가 된 팰리세이드 디젤, 그 화려한 역주행 뒤에는 신중함이라는 브레이크가 필요해 보인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