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급 하이브리드 성능에 5개 라이다 탑재한 레벨 3 자율주행까지… 중국발 ‘럭셔리 쇼크’ 임박?
지커 9X가 온다! 제로백 3초대 하이브리드 SUV가 1억 원대 가격표를 달고 럭셔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5개의 라이다로 무장한 레벨 3 자율주행과 압도적 디자인까지, 단순한 ‘중국차’가 아닌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예고한다.
지커 9X 측정면 (출처=지커)
‘억’ 소리 나는 덩치에 ‘헉’ 소리 나는 가속력! 지커 9X 등장
중국 지리 그룹 산하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사고를 쳤다. 자사의 최신 플래그십 SUV 모델인 ‘9X’의 첫 공식 이미지를 공개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9X는 누가 봐도 대형 럭셔리 SUV다. 지커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외관은 고급스러움 그 자체. 오는 23일 열리는 ‘2025 상하이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을 예정인데, 지커는 모터쇼 개막 전에 핵심 정보와 이미지를 먼저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데뷔 전부터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모터쇼 현장에서 쏟아질 신차들 사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커 9X 측면 (출처=지커)
무엇보다 시장을 경악시킨 것은 바로 성능이다.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이른바 ‘제로백’이 단 3초에 불과하다는 사실. 이는 웬만한 스포츠카 뺨치는, 아니 능가하는 수준이다. 럭셔리 SUV가 안락함과 공간 활용성에 집중한다는 통념을 완전히 깨부수는 파격적인 수치다. 지커 9X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도로 위를 지배하는 퍼포먼스 머신으로서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각과 선의 미학, 4만 3천 개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뒤태
지커 9X의 외관은 각진 디자인과 강인한 직선 위주로 구성되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측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으로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차체를 완성했다. 화려한 곡선보다는 절제된 선과 면의 조화를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위엄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는 최신 기술을 품은 첨단 자동차이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럭셔리 세단이 갖는 존재감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디자인 전략으로 읽힌다.

지커 9X 측후면 (출처=지커)
압권은 후면 디자인이다. ‘링 스크린 스타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이 붙은 테일램프는 무려 43,343개의 다이아몬드 컷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점등 시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하게 빛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런 극단적인 디테일은 다른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요소다.
지커 측은 이를 통해 “절제된 고급스러움과 함께 위엄이 느껴지는 디자인”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빛을 내는 기능을 넘어, 차량의 격을 높이는 예술 작품 수준의 디테일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 이미지를 넘어, 장인정신과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제로백 3초의 비밀, 하이브리드의 ‘끝판왕’ 기술?
그렇다면 이 거대한 SUV가 어떻게 3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을까? 비밀은 바로 지커가 자랑하는 ‘슈퍼 일렉트릭 하이브리드’ 기술에 있다.

지커 9X 측정면2 (출처=지커)
이를 통해 성능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야심이다. 전기차의 충전 스트레스와 내연기관의 환경 부담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커는 이 복잡하고 진보된 시스템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며, 기존 강자들이 선점한 럭셔리 시장의 판도를 흔들겠다는 계산이다. ‘슈퍼 일렉트릭 하이브리드’라는 이름 자체도 이러한 기술적 자신감을 반영하는 마케팅 용어일 가능성이 높다.
도로 위의 ‘눈’ 5개, 레벨 3 자율주행 시대를 열다
지커 9X는 단순히 빠르기만 한 차가 아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기도 하다. ‘G-파일럿 인텔리전트 드라이빙 솔루션’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지원한다. 레벨 3는 특정 조건 하에서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전방 주시 의무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단계로,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다.

지커 9X 정면 (출처=지커)
카메라와 레이더를 주로 사용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고가의 라이다를 5개나 사용한 것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안전성을 극대화하려는 공격적인 투자다. 특히 지커는 “국내 고급차 브랜드들이 아직 구현하지 못한 수준의 첨단 자율주행 기능”이라고 강조하며, 한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단순히 성능 경쟁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기술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겠다는 선언이다.
가격표는 BMW X5 겨냥, 1억부터 시작하는 ‘대륙의 도발’
지커 9X는 명확하게 플래그십 럭셔리 SUV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예상 시작 가격은 약 5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9,770만 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급 사양인 ‘그랜드 에디션’ 모델은 100만 위안, 약 1억 9,500만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커 9X 상부 (출처=지커)
이는 상당한 모험이다. 럭셔리 시장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원표 상의 숫자나 가격만 보고 차를 선택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쌓아온 역사와 명성, 품질에 대한 신뢰, 그리고 프리미엄 서비스 경험이 중요한 구매 요인이다. 지커는 3초 제로백, 레벨 3 자율주행 등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이러한 브랜드 가치의 격차를 단숨에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약 2억 원에 달하는 최상위 모델의 존재는 엔트리급뿐만 아니라 고성능, 최고급 트림까지 아우르며 럭셔리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보여준다.
지커 9X vs. 주요 경쟁 모델 비교 (예상)
구분 | 지커 9X (예상) | BMW X5 (참고) | 메르세데스-벤츠 GLE (참고) |
시작 가격 (예상) | 약 9,770만 원 ~ | 약 1억 1,700만 원 ~ | 약 1억 1,300만 원 ~ |
제로백 (0-100km/h) | 3.0초 | 4.8초 (xDrive40i 기준) | 5.7초 (GLE 450 4MATIC 기준) |
파워트레인 | 슈퍼 일렉트릭 하이브리드 (EV+PHEV+EREV) | 가솔린, 디젤, PHEV | 가솔린, 디젤, PHEV |
주요 자율주행 기술 | 레벨 3 (5 LiDAR) | 레벨 2+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 레벨 2+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
‘메이드 인 차이나’ 꼬리표 떼고 글로벌 강자로? 시험대 오른 지커
지커 9X의 등장은 단순한 신차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만약 이 차량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지커는 물론 중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저가’, ‘카피캣’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의 당당한 플레이어로 인정받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커 9X는 의심할 여지없이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기술적 진보와 디자인 역량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압도적인 성능,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 파격적인 디자인 디테일은 더 이상 중국차를 얕볼 수 없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높다. 오랜 시간 동안 구축된 독일 럭셔리 브랜드의 아성을 단번에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다. 차량 자체의 상품성 외에도, 브랜드 인지도 제고, 글로벌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장기적인 품질과 신뢰성 입증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과연 지커 9X는 ‘대륙의 실수’를 넘어 ‘대륙의 실력’을 입증하며 글로벌 럭셔리 SUV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의 이목이 상하이로 향하고 있다. 지커 9X의 행보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럭셔리 자동차 시장 판도를 가늠할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