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美 ‘IDEA 디자인 어워드’ 9관왕 쾌거...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미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디자인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다.

“이게 정말 한국 기업의 작품인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미국 ‘2025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무려 9개의 상을 휩쓸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단순히 ‘잘 팔리는 차’를 만드는 브랜드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혁신 기업으로의 위상을 확고히 각인시킨 순간이다.

현대 이니시움 (출처=현대차)
현대 이니시움 (출처=현대차)
이번 수상은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더 이상 자동차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자동차를 넘어 ‘미래 공간’을 그리다

이번 수상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가 아니었다. 바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에 위치한 ‘CX 스마트 팜’이다.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이 미래형 농장은 디자인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전체 출품작 중 단 하나의 작품에만 수여되는 최고 영예인 ‘큐레이터스 초이스(Curator’s Choice)‘ 상까지 거머쥐었다.
은상 및 큐레이터스 초이스상 수상작 HMGICS CX 스마트 팜 (출처=현대차그룹)
은상 및 큐레이터스 초이스상 수상작 HMGICS CX 스마트 팜 (출처=현대차그룹)


이는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가 단순히 도로 위를 달리는 이동수단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다. 기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 도시 환경 전체를 디자인하겠다는 그룹의 원대한 비전이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 전문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도로 위를 지배할 압도적인 디자인

물론 본업인 자동차 부문에서의 성과도 눈부셨다. 기아의 차세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V5 위켄더‘ 콘셉트는 모듈형 설계를 통해 실내외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확장성을 인정받아 은상의 영예를 안았다.

(좌)기아 PV5 위켄더와-(우)기아 EV9 어드벤처 후면(출처=기아)
(좌)기아 PV5 위켄더와-(우)기아 EV9 어드벤처 후면(출처=기아)
현대차의 플래그십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은 보트에서 영감을 받은 유려하고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으로 동상을 수상했으며, ’디 올 뉴 팰리세이드‘와 수소 콘셉트카 ’이니시움‘ 역시 각각 본상을 수상하며 K-디자인의 저력을 과시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9 측면 (출처=현대차)
현대차 아이오닉 9 측면 (출처=현대차)

인간을 향한 기술, 디자인으로 인정받다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철학은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기술에서도 빛을 발했다. 전기차 충전구에 스스로 다가가 충전을 완료하는 ’전기차 자동 충전로봇‘은 서비스 디자인 부문에서, 산업 현장 근로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는 상업·산업 부문에서 각각 본상을 수상했다.

이는 ’인간 중심‘이라는 그룹의 로보틱스 기술 개발 철학이 디자인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IDEA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작 전기차 자동 충전로봇 서비스 (출처=현대차그룹)
IDEA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작 전기차 자동 충전로봇 서비스 (출처=현대차그룹)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현대차그룹의 IDEA 9관왕은 과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장했던 한국 제조업이 이제는 산업의 미래를 먼저 제시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완전히 탈바꿈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기아 관계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를 시작으로 로봇과 스마트 팜, 그리고 미래 도시 공간까지. 현대차가 디자인해 나갈 미래의 한계는 이제 없어 보인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