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전기차 캐즘의 끝, 8월 신차 판매 18.4%가 전기차로 채워지며 본격적인 ‘전기차 2.0 시대’ 개막을 알렸다.

길고 길었던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의 터널 끝에서 마침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명확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판매된 신차 5대 중 1대는 전기차였던 것으로 나타나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월간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5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전기차 신차 등록 비중은 18.4%에 달했다. 2023년부터 9%대에 머물며 지지부진했던 시장이 기나긴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재진입했음을 입증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이는 단순한 판매량 회복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인 ‘전기차 2.0 시대’의 서막을 여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 EV5 측면 (출처=기아)
기아 EV5 측면 (출처=기아)


수입차의 무서운 역습, 시장 판도를 뒤흔들다

이번 반등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단연 수입차 시장에서 터져 나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결과, 8월 수입 전기차는 전체 수입 신차 판매의 39.9%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제 수입차 구매자 10명 중 4명은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를 선택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런치 에디션 측정면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런치 에디션 측정면 (출처=테슬라)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한 주역은 테슬라 모델 Y다. 올해 5월 출시된 신형 모델 Y는 합리적인 가격과 개선된 상품성을 무기로 8월까지 누적 2만 8천 대 이상 판매되며 전체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단숨에 꿰찼다. 이처럼 강력한 ‘메기’의 등장은 시장 전체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전기차로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와 신차 출시를 유도하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런치 에디션 측정면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런치 에디션 측정면 (출처=테슬라)


‘가성비’와 ‘다양성’으로 맞선 국산차의 저력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 맞선 국산차 진영의 반격도 시장 확대에 힘을 보탰다. 기아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소형 SUV EV3와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EV6를 필두로 8월까지 제조사별 전기차 누적 판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현대 더 뉴 아이오닉 5 (출처=현대차)
현대 더 뉴 아이오닉 5 (출처=현대차)
현대자동차 역시 상품성을 대폭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 5’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 다양한 신차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2위 자리를 수성했다. 과거 한정된 선택지 앞에서 망설였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가성비 높은 보급형 모델부터 플래그십 모델까지 촘촘해진 라인업 속에서 자신의 필요와 예산에 맞는 전기차를 고를 수 있게 된 것이 주효했다.
현대 더 뉴 아이오닉 5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현대차)
현대 더 뉴 아이오닉 5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현대차)

연 20만 대 시대 눈앞…‘전기차 2.0’ 본격화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 회복에 힘입어 연간 전기차 판매량 2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된 전기차 등록 대수는 이미 14만 1,986대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남은 4개월간 현재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사상 첫 20만 대 고지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BYD와 같은 신규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이 예정되어 있어, 향후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이 누릴 혜택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V3 / 출처=기아
2025년 8월의 기록은 대한민국 전기차 시장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얼리어답터가 주도하던 1세대 시장을 지나, 이제는 가격과 실용성, 가치를 꼼꼼히 따지는 대중 소비자들이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서는 ‘전기차 2.0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