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군수 창고의 변신, 서늘한 온도 속에 숨겨진 이야기
2천 원으로 즐기는 10도 냉방, 태화강 국가정원 연계 코스까지
동굴피아 앞 인공폭포 / 사진=울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울산누리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 오히려 겉옷을 챙겨야 할 만큼 서늘한 피서지가 도심 한가운데 있다. 푹푹 찌는 바깥 열기를 순식간에 잊게 만드는 낮은 온도는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피서지를 넘어 아픈 역사와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관람객과 반소매 차림으로 들어왔다가 팔을 문지르는 관람객이 뒤섞인 이색적인 풍경. 울산 태화강 동굴피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10도 냉기 뒤에 숨겨진 아픈 역사의 시간
동굴피아 내 휴게 공간 / 사진=울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울산누리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이어지는 짧은 산책로를 걷는 동안에는 여느 여름날과 다름없는 더위가 이어진다. 하지만 동굴에 발을 들이는 순간,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평균 10~15℃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내부는 한여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쾌적하고 서늘한 공기로 가득하다.
이 서늘함의 배경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일본군이 군수물자를 보관하고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여러 개의 동굴 중 일부다. 해방 이후 수십 년간 어둠 속에 방치됐던 공간이 2017년 7월,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어둠을 빛으로 채운 미디어아트의 향연
과거의 상처가 서린 공간은 이제 화려한 빛의 예술로 채워졌다.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된 내부는 역사 체험 공간을 시작으로 어드벤처, 디지털 체험존 등으로 이어진다. 어두운 동굴 벽면을 캔버스 삼아 펼쳐지는 미디어아트는 과거의 상처를 현대적 기술로 치유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특히 아이들이 직접 그린 물고기 그림이 스크린 속 가상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디지털 스케치 아쿠아리움’은 가족 단위 방문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인기가 높다. 어른에게는 역사의 교훈을, 아이에게는 즐거운 체험을 동시에 안겨주는 영리한 구성이다. 너비 1.5m의 좁은 구간부터 5.5m의 넓은 광장까지, 동굴의 구조적 특성을 활용한 전시 연출이 돋보인다.
태화강 동굴피아 모습 / 사진=울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울산누리
2천 원으로 완성하는 도심 속 여름 휴가
이 모든 경험을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성인 기준 2,000원이다. 청소년·군인은 1,500원, 어린이는 1,000원으로 온 가족이 방문해도 부담 없는 가격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명절 당일은 휴관이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동굴피아 관람을 마친 뒤에는 인근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추천한다. 차량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 동선을 짜기 좋다. 동굴의 서늘함과는 또 다른, 탁 트인 자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도심 속 동굴 피서부터 국가정원 산책까지, 알찬 하루 여행 코스가 완성된다. 만약 당신이 폭염을 피해 특별한 주말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은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태화강 동굴피아 / 사진=울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울산누리
태화강 동굴피아 풍경 / 사진=울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울산누리
태화강 동굴피아 미디어아트 / 사진=울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울산누리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