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IAS·EES 시행 앞둔 유럽, 한국인 여행객 ‘사전 허가제’ 준비 필수
유럽 가려면 지문·사진 등록 필수…韓 여행객 입국 규정 대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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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파워’만 믿고 무비자 입국에 안심하던 시대는 끝났다.
세계 2위의 여권 파워를 가진 한국이라도 이제는 유럽 여행이 예전처럼 간단하지 않게 된다. 다음 달부터 유럽 입국 절차가 대폭 강화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비(非)유럽연합(EU) 국가 여행객들은 추가적인 준비와 시간을 요구받게 됐다.
EU는 오는 10월 12일부터 솅겐 협정에 가입한 29개국에서 새로운 출입국 관리 시스템인 EES(Entry/Exit System)를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유럽 외부에서 오는 단기 방문자를 대상으로 출입 기록을 자동화하고, 불법 체류나 위장 신분 사용, 비자 면제 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됐다. 여행객은 유럽 입국 시 여권 스캔과 함께 지문과 얼굴 사진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며, 등록된 정보는 최대 3년간 보관된다. 한 번 등록하면 이후에는 지문과 사진 대조만 거치면 되지만, 처음 입국하는 여행객은 절차가 길어져 대기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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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S는 내년 4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일부 공항과 국경에서는 자동 게이트(E-게이트)도 설치돼 절차를 단축할 수 있지만, 제도 초기에는 혼잡이 불가피하다. 외교부 윤주석 영사안전국장은 “초기 혼잡이 예상되므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항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하며, 여행사와 항공사 역시 관련 안내에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ETIAS(유럽여행허가제)’까지 시행된다. ETIAS는 유럽 여행 전 온라인으로 신원과 여행 목적 등을 사전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비자 면제 국가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신청 비용은 20유로(약 3만3000원)이며 3년간 유효하다. 다만 18세 미만과 70세 이상은 수수료가 면제된다. ETIAS를 발급받았더라도 입국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현지 국경 심사에서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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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한국 여행객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여권은 전 세계 190개국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일본과 함께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제는 ‘무비자’만으로는 유럽을 쉽게 드나들기 어렵게 됐다. 영국은 이미 EU 탈퇴 이후 지난 1월부터 약 3만 원의 여행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 주요국들도 비슷한 절차를 갖추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 초기에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0월 중순부터 내년 초까지는 입국 심사 시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여행자들은 출국 전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공항에는 평소보다 훨씬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향후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ETIAS 도입 시기와 신청 절차를 미리 확인해 불필요한 입국 지연을 피하는 것이 좋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