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중국 지리자동차 주도 자율주행 기업에 지분 투자
단독 개발은 부담… 글로벌 자율주행 연합 전선 본격화 신호탄
생산 라인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의 상징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에 전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기술 기업과 손을 잡은 것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 경쟁이 ‘단독 개발’에서 ‘글로벌 연합’ 형태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중국 첸리 테크놀로지 그룹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사의 전략적 투자자로 공식 합류했다고 밝혔다. 벤츠는 이번 투자를 통해 첸리 테크놀로지 지분 3%를 확보했으며, 투자금액은 약 13억 4000만 위안(한화 약 2500억 원)에 달한다.
벤츠가 선택한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생산 라인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이번 투자는 벤츠의 중국 내 디지털 기술 법인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첸리의 기존 경영권 구조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첸리는 중국의 거대 자동차 기업인 지리(Geely) 자동차 그룹이 주도하는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이다.
벤츠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자금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첸리는 이번 투자 유치에 앞서 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자율주행 관련 조직, 기술 플랫폼, 데이터 시스템 등을 ‘첸리 인텔리전트 드라이빙’이라는 단일 운영 체계로 통합하는 작업을 마쳤다. 이는 기술 개발부터 양산 적용까지의 과정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벤츠가 이 생태계의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규칙 기반 탈피 하이 모델 비율 선언
첸리가 내세우는 기술의 핵심은 ‘하이 모델 비율(High Model Ratio)’ 아키텍처다. 이는 기존의 규칙 기반 로직의 비중을 줄이고,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과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이 주행 판단의 중심이 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도심 교통 상황이나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롱테일 시나리오)에서도 안정적이고 일관된 주행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첸리 측은 데이터 활용 능력과 모델의 범용성이 미래 자율주행 기술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라인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글로벌 자율주행 동맹의 서막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와 중국 기술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한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면서,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글로벌 강자조차 단독 개발에 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 및 스마트카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서 현지 기업과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지리자동차 그룹 역시 자율주행과 지능형 콕핏 관련 조직을 첸리 테크놀로지로 통합하며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벤츠의 참여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 생태계 확장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공장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