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이 몰래카메라로?
AI 안경 논란 총정리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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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나 볼 법했던 AI 안경이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길을 찾거나 외국어를 번역하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물론 AI와 대화까지 가능한 ‘똑똑한 안경’이다. 하지만 편리함만큼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AI 안경을 이용한 불법 촬영 의혹 사건이 발생하면서 “혹시 나도 모르게 촬영당한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메타
사진=메타
◆ 국내도 불법 촬영 논란…AI 안경의 두 얼굴

최근 서울 강서경찰서는 AI 안경으로 데이트 상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뒤 SNS에 올린 혐의를 받는 남성을 수사하고 있다. 해당 남성은 메타 AI 안경을 착용한 채 이를 업무용 안경이라고 설명했고, 촬영 사실을 알리는 LED 표시등을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AI 안경은 일반 안경처럼 착용하면서도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AI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사진을 찍고, 음성으로 질문하면 번역이나 길 안내, 정보 검색까지 가능해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 안경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외형 때문에 불법 촬영이나 사생활 침해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사진=RAYBAN,메타
사진=RAYBAN,메타


◆ 해외서는 ‘변태 안경’ 오명…피해 사례 속출

이 같은 논란은 해외에서 이미 현실이 됐다.

미국 등에서는 AI 안경을 착용한 일부 이용자가 낯선 여성에게 접근해 대화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뒤 모자이크 없이 SNS에 올리는 사례가 잇따랐다. 피해자들은 촬영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온라인에서 조롱의 대상이 됐고, 화장실이나 탈의 공간 등 민감한 장소가 촬영된 사례도 보고됐다.

이 때문에 해외 온라인에서는 AI 안경을 ‘변태 안경’이라고 부르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AI 기술 자체보다 이를 악용하는 일부 이용자들이 사회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오클리, 메타
사진=오클리, 메타
◆ AI 안경, 일반 안경과 어떻게 구별할까?

겉모습만으로 AI 안경을 100% 구별하기는 어렵다. 다만 몇 가지 특징을 알면 어느 정도 구분에 도움이 된다.

먼저 안경테 앞부분에 작은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메타 AI 안경은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면 전면 LED 표시등이 흰색으로 켜져 주변 사람에게 촬영 사실을 알린다. 안경 다리 부분도 배터리와 스피커가 들어 있어 일반 안경보다 조금 두꺼운 편이다. 사용자가 “헤이 메타”처럼 음성으로 AI를 호출하는 모습도 AI 안경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물론 이런 특징만으로 AI 안경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최근 제품들은 일반 안경과 거의 비슷한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만큼 외형만 보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사진=메타
사진=메타
◆ 메타 “LED 훼손하면 카메라 작동 안 된다”

논란이 커지자 메타는 AI 안경의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메타 AI 안경은 촬영하면 LED 표시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앞으로는 LED를 테이프로 가리거나 물리적으로 훼손한 흔적이 감지되면 카메라 자체가 작동하지 않도록 기능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LED를 이용한 불법 개조를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계정에 대해서도 삭제와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술적 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일부 해외 직구 제품은 촬영 표시를 끌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제도 보완과 이용자의 책임 있는 사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안경은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일상 기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편리한 기술이 모두에게 환영받기 위해서는 성능 경쟁만큼이나 사생활 보호와 안전장치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AI 안경이 혁신의 상징이 될지, 또 다른 ‘몰래카메라’ 논란의 중심에 설지는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과 이를 관리하는 제도에 달려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