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에서 좁아진 입지, 플래그십 세단의 한계 드러나

하이브리드 부재와 SUV 열풍 속, 기아의 미래 전략은 어디로 향하나

K9 / 기아
K9 / 기아


기아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K9이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2012년 첫 등장 이후 기업 임원 의전차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판매량 급감과 내부 경쟁 심화, 그리고 브랜드의 전동화 전환이라는 세 가지 파고가 K9의 입지를 흔들었다. 이는 단순히 한 모델의 단종을 넘어 국산 대형 세단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다.

2년 만에 3분의 1 토막 난 판매량이 말해주는 것



K9 /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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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K9의 판매량은 단종설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이다. 2022년 6,585대에 달했던 연간 판매량은 2023년 3,898대로 줄었고, 2024년에는 1,870대까지 급감했다. 불과 2년 사이에 70% 이상 판매가 줄어든 셈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734대에 그쳐, 이 추세라면 역대 최저 수준의 성적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세단은 개발과 생산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수익성 악화는 후속 모델 개발 동력을 잃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위로는 제네시스 아래로는 그랜저가 길을 막았다



K9의 부진 뒤에는 현대차그룹 내 브랜드 간섭 현상이 자리한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제네시스 G80과 G90이 고급 세단 수요를 강력하게 흡수했다. 특히 G80은 연간 4만~5만 대를 꾸준히 판매하며 K9이 노렸던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동시에 아래에서는 현대 그랜저가 고급화를 무기로 치고 올라왔다. 차체를 키우고 고급 사양을 대거 탑재한 신형 그랜저는 ‘성공한 아빠의 차’라는 상징성을 가져가며 K9의 잠재 고객층마저 흡수했다. 만약 당신이 6천만 원대 예산으로 국산 고급 세단을 고민한다면, 그랜저 풀옵션과 K9 기본 모델 사이에서 선택의 저울이 기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K9 실내 / 기아
K9 실내 / 기아


하이브리드 부재가 남긴 아쉬움과 기아의 미래



시장의 무게 중심이 SUV와 친환경차로 이동한 점도 K9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세단보다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대형 SUV가 의전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K9은 시대의 흐름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지 못했다. K5, K8 등 하위 모델들이 하이브리드로 연비 효율성을 챙긴 것과 대조된다. 과거 플래그십의 상징이었던 5.0리터 V8 엔진은 이제 고효율을 중시하는 시장에서 외면받는 존재가 됐다.

K9의 단종은 기아의 미래 전략이 어디를 향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을 2030년까지 14종으로 확대하고, PBV(목적기반차량)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결국 K9은 기아 플래그십 세단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상징적 모델로 남게 됐다. 그 빈자리는 새로운 전동화 모델들이 채우며 기아의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K9 실내 / 기아
K9 실내 / 기아


K9 / 기아
K9 / 기아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