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절반 뜯어가던 ‘살인적 임대료’의 비밀, 다단계 유통구조 전면 수술

국토부, 전문 조직 신설해 직접 계약…최대 100곳까지 확대 목표

김윤덕(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휴게소 내 편의점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국토부 제공
김윤덕(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휴게소 내 편의점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국토부 제공


정부가 ‘비싸고 맛없는 휴게소’라는 오랜 오명을 벗기기 위한 칼을 빼 들었다. 고속도로 이용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높은 가격과 아쉬운 품질의 배경에는 복잡한 다단계 구조와 과도한 임대료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단체를 둘러싼 전관예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져만 갔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게소 운영 체계를 근본부터 바꾸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휴게소 입점업체의 숨통이 트이고,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매출 51% 임대료, 다단계 구조가 낳은 결과

기존 휴게소 서비스 품질 저하의 핵심 원인은 도로공사, 운영업체, 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 구조였다. 이 구조 속에서 입점업체는 매출의 평균 33%, 많게는 51%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를 휴게소 운영업체에 내야만 했다. 살인적인 임대료 부담은 고스란히 음식 가격 인상이나 원가 절감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비싼 값을 치르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감수해야 했다.

이에 국토부는 휴게소 운영을 전담하는 전문 조직인 ‘공공관리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공공관리회사가 입점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중간 단계를 없애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임대료를 매출의 평균 8~9% 수준까지 대폭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입점업체 선정 기준도 바뀐다. 단순히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업체가 아닌, 음식 품질과 가격 경쟁력, 서비스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도로공사 전관예우 고리, 이번에 끊어낸다

이번 개편안에는 도로공사 전관단체인 ‘도성회’의 특혜를 차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도성회는 자회사를 통해 장기간 휴게소 운영에 참여하며 도로공사로부터 입찰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는 등 특혜성 운영을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도성회 자회사가 운영 중인 휴게소 6곳을 모두 매각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또한 휴게소 입점 매장 입찰 시 도로공사 현직자와 퇴직자, 그리고 그 직계 가족은 원천적으로 배제해 불공정 소지를 없앴다.

이러한 구조 개편을 통해 절감된 비용은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간다. 임대료 부담이 줄면 평균 4800원 수준이던 아메리카노 가격이 2000원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장거리 운전 중 저렴한 커피 한 잔과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운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는 24시간 편의점 운영 확대, 1+1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추가하고, 인지도 있는 전문 외식 브랜드 입점도 적극 추진한다.

개편안은 올해 12월부터 신설 또는 계약이 종료되는 휴게소 8곳에서 시범 운영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공관리회사를 정식 출범시키고, 계약 만료 휴게소 등을 포함해 최대 100곳까지 운영 대상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