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티빙, 계정 공유 금지 예고… 넷플릭스에 이어 토종 플랫폼도 변화의 바람
티빙에서 방영 중인 ‘정년이’ / 사진 = tvN
국내 대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티빙(TVING)이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어온 티빙이지만, 지속되는 적자로 인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강수를 두겠다는 것이다.
제작비 급등으로 인한 적자… 계정 공유 금지로 수익 개선 목표
티빙은 최근 히트작인 ‘선재 업고 튀어’, ‘눈물의 여왕’, ‘정년이’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인기를 끌었지만, 막대한 제작비와 스타 출연진의 높은 출연료로 인한 적자 폭은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연급 배우들의 회당 출연료가 1억원에서 3~4억원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제작비 상승률은 지난 몇 년간 40%나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티빙 최주희 대표는 “계정 공유 금지가 넷플릭스의 사례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냈다”며, 티빙도 이와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 집에 살지 않는 이용자들이 계정을 공유하면 월 5000원을 추가 청구하는 정책을 도입, 이를 통해 약 15~20%의 가입자 증가를 이끌어냈다. 티빙 역시 이 전략을 통해 유료 가입자를 확대하고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티빙에서 방영한 ‘눈물의 여왕’ / 사진 = tvN
티빙은 그동안 프로야구 단독 중계와 오리지널 드라마를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계정 공유 금지를 미뤄왔다. 하지만 이제는 계속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 이상 계정 공유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티빙은 최근 월간 이용자 수(MAU)가 꾸준히 증가하며, 6월 740만명에서 9월 787만명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1년 사이 200만명 가까운 이용자 수를 추가 확보했지만, 넷플릭스와는 달리 여전히 수익성 측면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티빙은 14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3분기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3분기 영업손실은 71억원으로 줄어들며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티빙 최주희 대표 / 사진 = 티빙
티빙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통해 이탈보다 신규 가입자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최주희 대표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100억원 이하로 줄어들며 손익분기점(BEP)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연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유료 가입자 확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가 유사한 정책을 도입한 이후 가입자가 증가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만큼, 티빙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콘텐츠 성공에도 불구, 여전히 적자… 토종 OTT의 도전 과제
티빙은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OTT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이재, 곧 죽습니다’, ‘피라미드 게임’, ‘환승연애3’ 등 인기 콘텐츠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 비해 수익 모델에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국내 OTT 업계는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금지 정책에 자극받아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토종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용자 만족과 수익성 개선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 일시적인 수익 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이용자 유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티빙의 계정 공유 금지 조치가 국내 OTT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를 통해 티빙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혜 기자 k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