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N, ‘투싼 N’으로 고성능 하이브리드 시대 개막… “EV 한계 넘어 더 가볍고 민첩한 차 만들 것”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아이오닉 5 N의 성공 이후, 모두가 다음 N 역시 전기차일 것이라 예상하던 순간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 N이 의외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기차의 무거운 배터리가 N이 추구하는 ‘운전의 재미’를 해친다는 판단 아래,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고성능 하이브리드’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그 첫 주자는 바로 현대차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 투싼 N이다.
현대차 투싼 N 라인 측정면 (출처=현대차)
현대차 투싼 N 라인 측정면 (출처=현대차)


‘EV의 무게’를 거부한 N의 새로운 선택

“우리는 EV(전기차)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더 가볍고, 더 민첩하며, 더 흥미로운 차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박준우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의 말은 N의 새로운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대차 투싼 N 라인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현대차)
현대차 투싼 N 라인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압도적인 성능으로 기술력을 증명했지만, 무거운 배터리로 인해 경쾌한 코너링 감각을 구현하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N은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고성능 하이브리드’라는 해법을 찾았다. 비교적 가벼운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내연기관의 출력을 보조해, 전기차의 즉각적인 토크와 내연기관의 감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더 뉴 투싼 N-Line(출처=현대자동차)


300마력 하이브리드, 쏘는 SUV의 등장

그 선봉에 설 투싼 N은 2026년 출시될 신형 투싼을 기반으로 개발된다. 파워트레인은 차세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강력한 전기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약 300마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더 뉴 투싼 N-Line(출처=현대자동차)


중요한 것은 이 하이브리드가 연비 중심이 아닌, 오직 성능에만 집중하는 ‘고출력 집중형(Power-focused)’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사륜구동 방식까지 더해져, 토요타 RAV4 GR 스포츠 등과 글로벌 고성능 SUV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된다.

문제는 ‘안방’, 외면받았던 N의 역사

투싼이라는 인기 모델을 선택한 것은 영리한 전략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투싼은 현대차의 최고 인기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즉 ‘안방’ 시장이다.
현대차 투싼 N 라인 측후면 (출처=현대차)
현대차 투싼 N 라인 측후면 (출처=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월평균 판매량이 약 30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과거 야심 차게 출시했던 코나 N은 총 판매량 500대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기고 단종됐다.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는 N의 하드코어한 성격이 아직 국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뉴 투싼 N-Line(출처=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N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기술력, 그리고 투싼이라는 최고의 인기 모델이 만났다. 이 흥미로운 조합이 과연 N 브랜드의 ‘안방 징크스’를 깨고 대한민국 도로에서 사랑받는 고성능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결과에 N의 미래가 달려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