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티빙
국내 OTT 플랫폼 티빙이 다음 달부터 가족 외 계정 공유를 전면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용자들과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티빙은 오는 4월 2일부터 본인 명의 계정은 원칙적으로 타인이 사용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동일 가구 구성원에 한해 계정 공유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기준 기기는 보통 가정 내 TV이며, 같은 IP 주소를 사용하는 기기만 동일 가구로 인식된다. 다른 장소에서 접속할 경우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청이 제한된다.
이러한 조치는 티빙이 지속된 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티빙은 지난해 약 7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월간활성이용자(MAU)도 감소세를 보여 계정 공유 제한이 새로운 유료 가입자 유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유사한 정책 시행 후 전 세계 가입자 수가 15~20% 증가한 바 있어, 티빙도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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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2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성숙한 플랫폼이지만, 티빙은 아직 성장 단계의 국내 OTT로, 충성 고객 확보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정책 시행에 앞서 해외에서 시범 적용 후 확장했지만, 티빙은 별도 예고나 시험 없이 곧바로 국내 전체에 적용해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자 불만도 크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작스러운 메일 공지는 너무 불친절하다”, “친구와 나눠보던 요금제를 혼자 다 부담하라는 말이냐”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료 OTT 이용자의 절반 이상(57%)이 계정 공유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63.7%는 계정 공유가 불가능해질 경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정책이 실질적인 이용자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TV를 기준 기기로 삼는 방식은 TV 이용자가 적은 청년층이나 1인 가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계정 공유 제한이 본격 시행되면 일부 이용자는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티빙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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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티빙의 이번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이 실질적인 수익성과 사용자 충성도 향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