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역성장 기록한 미국 전기차 시장, 보조금 중단 직격탄 맞은 현대·기아의 현주소
판매량 급감 위기 속, 대안으로 급부상한 하이브리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테슬라모델Y / 사진=테슬라
미국 전기차 시장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최대 1,000만 원에 달했던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자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이다. 이 여파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현대차와 기아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왔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예상치 못한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하이브리드’다.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과연 하이브리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구체적인 수치와 시장 반응, 그리고 업계의 전략 변화를 통해 현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10년 만의 역성장, 보조금의 나비효과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신규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127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2.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냉각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0년간 꾸준히 성장하던 시장이 처음으로 꺾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보조금 정책 변화가 감소세를 부채질했다. 세액공제 혜택이 중단된 지난해 10월 이후 등록 대수는 가파르게 줄었다. 급기야 12월에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48%나 급감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가격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거나,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눈을 돌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직격탄 맞은 K-전기차, 순위도 밀렸다
미국 시장의 변화는 곧바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수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자료를 보면, 국내 업계의 전기차 수출은 2023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량이 급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때 35%에 달했던 대미 전기차 수출 비중은 4.6%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굳건한 2위를 지키던 현대차·기아의 합산 판매 순위는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보조금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하며, 북미 시장 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올인 전략의 그늘, 대안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시장의 둔화는 스텔란티스, 혼다 등 다른 글로벌 제조사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전동화 전환 전략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내세우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5.7%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의 빈자리를 하이브리드가 성공적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단기 실적 방어와 장기 전동화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