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아’라는 브랜드에 발목 잡혔던 비운의 플래그십, K9의 부활
EV9 성공 신화 이을까... 전동화 심장 얹고 제네시스에 재도전

현행 모델 K9 실내 / 기아
현행 모델 K9 실내 / 기아




한때 국산 고급 세단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기아 K9이 다시 돌아온다. 이번에는 단순한 부분변경이 아닌, 완전한 풀체인지로 새로운 정체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K9은 스펙과 품질 면에서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지만, 브랜드 인식의 벽을 넘지 못하며 아쉬운 성적을 거둬야 했다.

제네시스라는 강력한 독립 프리미엄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는 구조 속에서 ‘기아의 고급차’라는 포지션은 시장에서 힘을 잃었다. 하지만 이제 기아는 EV6와 EV9의 연이은 성공을 발판 삼아 브랜드 위상을 새롭게 정립했고, K9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 한다. 이번에는 그저 스펙 좋은 차가 아닌,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사고 싶은 플래그십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술은 제네시스급 부족했던 건 브랜드



K9 풀체인지 예상도 / 유튜브 ‘IVYCARS’
K9 풀체인지 예상도 / 유튜브 ‘IVYCARS’




과거 기아 K9의 실패는 기술력이 아닌 ‘브랜드 스토리 부재’에서 비롯됐다. 동일한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공유했음에도, 소비자들은 제네시스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였고, K9은 기아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가성비 브랜드’라는 강력한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K9의 디자인과 마케팅 메시지는 스포티함과 럭셔리함 사이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왜 이 차를 사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K9은 높은 완성도에도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감성적 요소가 부족했던 셈이다.

EV9과 K8이 닦아놓은 길



다행히 현재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EV6와 EV9은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른 호평을 받으며 ‘기술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새로운 인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K8은 기존 K7의 후속작임에도, 고급 세단 시장에서 가성비를 내세우기보다 ‘합리적 프리미엄’이라는 독자적인 존재감을 확보했다. 이제 K9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쌓아 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시장에 등장할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신형 K9은 더 이상 제네시스의 대안이 아니라, 기아만의 철학을 담은 독립적인 플래그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현행 모델 K9 / 기아
현행 모델 K9 / 기아


전동화 심장으로 플래그십의 미래를 열다



새로운 K9의 핵심은 단연 전동화다. 내연기관 세단 시장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혹은 순수 전기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EV9을 통해 압도적인 정숙성과 뛰어난 승차감, 첨단 주행 기술까지 모두 확보한 기아는 이 기술력을 K9에 이식할 준비를 마쳤다.

향후 출시될 K9 풀체인지는 하이브리드 또는 순수 전기차 형태로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고요한 주행 질감과 고급스러운 감성을 모두 갖춘 플래그십 세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기아 특유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언어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도화된 ADAS 기능까지 더해진다면 진정한 ‘기술 프리미엄’의 실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K9의 성공이 바꿀 한국차의 위상



K9 풀체인지 예상도 / 유튜브 ‘IVYCARS’
K9 풀체인지 예상도 / 유튜브 ‘IVYCARS’


이번 K9의 도전은 단순한 모델 부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Movement that inspires’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세운 기아가 그들의 철학을 가장 고급스럽게 구현한 결과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K9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이는 기아가 더 이상 ‘합리적인 대중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고급 브랜드로 완벽히 도약했음을 상징하게 된다. 과거에는 제네시스와 가격이 비슷하면 당연히 제네시스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EV9과 K8 덕분에 기아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쌓였다. 이 신뢰의 완성이 바로 K9에서 이뤄진다면, 국내 플래그십 시장의 새로운 기준은 기아가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K9의 부활은 단순한 신차 출시가 아닌, 브랜드 철학의 진화다.

K9 풀체인지 예상도 / 유튜브 ‘IVYCARS’
K9 풀체인지 예상도 / 유튜브 ‘IVYCARS’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