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UV 선호 현상 속 현대차의 선택과 집중 전략
후속 모델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유럽 대표 왜건
현대자동차가 유럽 시장의 상징과도 같았던 i30 왜건 모델의 단종을 공식화했다. 2007년 첫 등장 이후 19년간 자리를 지켜온 모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단순히 한 차종의 판매 부진을 넘어선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는 ‘수익성 악화’, ‘SUV 선호 현상’,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 미래 전략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현대차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대대적인 개편이 시작됐다.
수익성이 19년 역사의 발목을 잡았다
유럽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던 i30 왜건이었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자비에 마르티네 현대차 유럽법인 CEO는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i30는 역사적으로 법인 판매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높지 않았다”고 직접 언급했다.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의미다.
결국 현대차는 후속 모델 개발 없이 현행 모델을 끝으로 생산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판매량 수치만으로 차량의 생사를 결정하지 않고, 미래 투자를 위한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왜건의 자리는 SUV가 빠르게 채웠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무게추는 이미 SUV로 완전히 기울었다. 마르티네 CEO는 “왜건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거대 시장에서 왜건 수요가 급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흐름은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세단이나 왜건보다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SUV를 찾는 소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제한된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수익성이 보장된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i30 왜건과 플랫폼을 공유했던 기아 씨드 스포츠왜건 역시 먼저 단종 수순을 밟으며 시장의 변화를 증명했다.
아낀 실탄은 신형 SUV와 전동화에 집중된다
현대차는 왜건 모델을 단종하며 확보한 역량을 SUV 라인업 강화와 전동화 전환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준다. 유럽 시장의 주력 SUV인 베이온, 코나, 투싼 등은 순차적으로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신 디자인과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반면 왜건은 현재 개발 중인 후속 모델이 전무한 상태다. 수익성이 낮은 차종을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SUV와 전기차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재편하는 현대차의 행보가 뚜렷해지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