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독주 체제 끝... 3천만 원대 가성비로 MZ 홀렸다

기아 EV3 국산 전기 SUV 판매 1위 등극 소식이 시장을 강타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기아의 콤팩트 SUV, EV3였다. 그동안 “전기차는 아이오닉 5”라는 공식을 깨부수고, 새로운 절대 강자가 탄생했음을 판매량이 증명하고 있다. 형님 격인 현대차 아이오닉 5를 판매량으로 압도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한 이 모델의 인기 비결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EV3 / 기아
EV3 / 기아


‘넘사벽’ 1위였던 아이오닉 5, 아우에게 무릎 꿇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승부는 명확하다. 기아 EV3는 누적 판매량 2만 1,075대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반면, 기존 강자였던 아이오닉 5는 1만 4,109대에 그쳤다. 무려 7,000대 가까운 격차다.
EV3 / 기아
EV3 / 기아
단순히 신차 효과로 보기엔 격차가 너무 크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고르는 기준이 ‘크기’에서 ‘실속’과 ‘효율’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MZ세대가 꽂혔다... 3천만 원대 ‘갓성비’ 매직

EV3가 돌풍을 일으킨 핵심 요인은 바로 ‘가격 파괴’다. 전기차 보조금을 포함한 실구매가가 3,000만 원대 후반(스탠다드 모델 기준)부터 시작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EV3 내부 / 사진=기아자동차
이해를 돕기 위한 EV3 내부 / 사진=기아자동차


사회초년생이나 젊은 부부에게 5,000만 원이 넘는 중형 전기차는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EV3는 이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실제로 구매자의 약 40%가 2030 MZ세대로 나타났다. “전기차는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합리적인 가격에 최신 기술을 누리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작다고 무시 마라”... 골프백 3개 들어가는 요술 공간

소형 SUV라고 해서 좁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EV3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공간 활용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EV3 / 기아
EV3 / 기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이다. 상황에 따라 120mm까지 앞뒤로 움직여, 혼자 탈 때는 테이블로, 여럿이 탈 때는 수납공간으로 변신한다. 트렁크 용량은 460L로 골프백 3개가 거뜬히 들어가며, 보닛 아래 프론트 트렁크(25L)까지 갖춰 잡동사니 수납 걱정을 덜었다.

서울-부산 한 번에? 주행거리 불안 ‘삭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인 ‘충전 스트레스’도 해결했다. 81.4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 시 무려 501km를 달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 없이 주파 가능한 수준이다.
EV3 실내 / 기아
EV3 실내 / 기아


성능도 답답함이 없다. 최고출력 204마력(150kW)을 내는 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5초 만에 도달한다. 도심 주행은 물론 고속도로 추월 가속 시에도 부족함 없는 펀치력을 보여준다.

운전 피로도 ‘제로’ 도전... 아이 페달 3.0의 혁신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한 부분은 ‘i-Pedal 3.0’이다. 가속 페달 하나로 가속, 감속, 정차까지 가능한 ‘원 페달 드라이빙’이 한 단계 진화했다.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후진 시에도 작동하며,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거의 없어 운전 피로도가 확연히 줄어든다.
EV3 실내 / 기아
EV3 실내 / 기아
여기에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은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와 센서를 활용해 과속 카메라나 커브 길, 방지턱 앞에서 차가 알아서 속도를 줄여준다. 마치 베테랑 운전기사가 대신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듯한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덕분에 실주행 전비가 공인 연비(5.4km/kWh)를 훌쩍 뛰어넘는 6.0km/kWh 이상을 기록한다는 오너들의 간증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월드 클래스’

EV3의 진가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2025년 4월 열린 뉴욕국제오토쇼에서 ‘2025 세계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30개국 96명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결과다.
기아 EV3 (출처=기아)
기아 EV3 (출처=기아)
안전성 또한 타협하지 않았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로 NCAP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했다. 9개의 에어백과 초고장력 강판 적용으로 소형차의 안전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결론적으로 EV3는 아이오닉 5가 닦아놓은 길 위에 더 합리적이고 더 똑똑한 상품성으로 무장해 새로운 왕좌를 차지했다. 지금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다면, EV3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정답지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