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험비’ 기아 소형전술차량 K151의 대변신
좁은 골목길·산악 화재 현장 누비는 ‘만능 해결사’ 등장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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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붉은색 특수차량 한 대가 포착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우리가 흔히 보던 소방 펌프차나 물탱크차와는 사뭇 다른 모습. 낮고 각진 차체에 거대한 타이어까지, 흡사 군용 장갑차를 연상시키는 이 차량의 정체는 바로 기아의 소형전술차량(K151)을 기반으로 제작된 ‘도심형 특수 소방차’다.

군용 차량이 소방차로 변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이 차량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이색적인 모습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도심과 험준한 지형에서 소방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형 험비의 놀라운 변신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특수 소방차의 기반이 된 기아 소형전술차량(KLTV, K151)은 ‘한국형 험비’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우리 군의 노후화된 K-131, 닷지 등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4륜 구동 전술차량으로, 방탄 능력은 물론이고 험지 주파 능력과 기동성이 매우 뛰어나다.

이러한 군용 플랫폼의 강점은 소방 현장에서 그대로 발휘된다. 소방 당국은 기존 대형 소방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K151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군용 차량의 견고한 차체와 강력한 주행 성능이 화재 현장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응하는 데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너무 큰 거 아니냐는 오해



일각에서는 “차체가 너무 커서 도심 주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일반 승용차 기준에서 오는 착시다. 실제 구조·특수 소방차의 세계에서 이 차량은 오히려 ‘소형’에 속한다. 보통 5톤 트럭을 기반으로 하면 중형, 8.5톤 이상을 기반으로 하면 대형으로 분류되는데, K151 기반 소방차는 이 기준에서 월등한 기동성을 자랑하는 소형 특수차량이다.

중앙119 특수구조대에서 운용하는 포드 F-550 기반의 특수차와 비교해도 체급 차이가 크지 않다. 즉, ‘크다’는 인상은 절대적인 크기가 아닌, 일반 SUV와의 상대적인 비교에서 비롯된 오해에 가깝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군용 플랫폼을 선택한 진짜 이유



그렇다면 굳이 군용차를 소방차로 개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접근성’에 있다. 지하 주차장 진입이 어려운 구역, 골목이 좁고 복잡한 도심 주택 밀집 지역, 험준한 산림 지역 등은 기존 대형 소방차의 진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특수 소방차는 바로 이런 사각지대를 공략하기 위해 탄생했다.

실제로 산림청 역시 K151 기반의 다목적 산불진화차를 운용하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고저차가 크고 비포장도로가 많은 산악 지형에서 일반 펌프차의 접근이 어려운 곳까지 신속하게 도달해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1,300L의 물탱크 용량이 대형 화재를 단독으로 진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차량의 주된 임무는 대형 화재 진압이 아닌, 화재 초기에 신속하게 현장에 진입해 인력과 장비를 수송하고, 불길이 번지기 전에 초동 조치를 완료하는 것이다. 즉, 피해를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데 최적화된 ‘특수 임무’ 차량인 셈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