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차 어쩌나” 테슬라 이어 中 BYD 공세에 ‘흔들’
아이오닉5·EV6 가격만 올리다 외면, 소비자 선택은 ‘가성비’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전기차 시장의 중심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오닉 5와 EV6를 앞세운 국산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기본 선택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국산차’라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가격과 상품성을 냉정하게 저울질하며, 설령 보조금을 덜 받더라도 더 합리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테슬라와 중국의 BYD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모델Y 하나로 판도를 뒤집은 테슬라





모델 Y / 테슬라
모델 Y / 테슬라


국내 전기차 시장의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바꾼 주인공은 단연 테슬라 모델 Y다. 2023년 한 해 동안 모델Y는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현대차·기아의 아성을 위협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여러 EV 라인업을 합친 판매량과 비교해도, 모델Y 단일 모델이 보여준 파괴력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국산차보다 보조금을 적게 받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보조금 액수보다 차량의 근본적인 가치, 즉 가격 대비 성능과 브랜드 신뢰도를 더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던 기존의 소비 패턴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차 편견을 깬 BYD의 현실적 가격



씨라이언 7 실내 / BYD
씨라이언 7 실내 / BYD


테슬라 못지않게 시장을 뒤흔든 존재는 중국의 BYD다. 과거 ‘싸구려 중국차’라는 편견은 합리적인 가격과 검증된 기술력 앞에서 힘을 잃었다. BYD는 국내 시장 진출 초기부터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고, 이는 포드, 폭스바겐 등 전통적인 브랜드를 넘어서는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다.

대표 모델인 ‘씨라이언 7’은 테슬라 모델 Y보다도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동차의 국적을 따지기보다, 자신의 예산과 요구 조건에 맞는지를 먼저 보기 시작했다.

가격이 소비자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돌핀 미니 / BYD
돌핀 미니 / BYD


국산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가격 인상’이 꼽힌다. 아이오닉 5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출시 초기 대비 수백만 원이 올랐고, EV6 롱레인지 모델 역시 가격이 크게 인상됐다. 이러한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테슬라 모델Y와 BYD 씨라이언 7은 오히려 국산 경쟁 모델보다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가 보조금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최종 실구매가에서 수입차가 더 매력적인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는 브랜드보다 가치다



씨라이언 7 / BYD
씨라이언 7 / BYD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그 과실은 더 이상 국산 브랜드만의 몫이 아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의 반복된 가격 인상이 오히려 수입차의 진입 장벽을 스스로 낮춰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 이름이나 막연한 애국심에 기대어 차를 구매하지 않는다. 보조금을 조금 덜 받더라도 더 납득할 수 있는 가격과 상품성을 원한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더욱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누가 더 설득력 있는 ‘가치’를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