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비운의 명차, K7... 중고차 시장에서 그랜저 잡는 ‘숨은 강자’로 재평가

K7 중고차를 찾는 4050 가장들의 눈이 번뜩이고 있다. 신차 시장에서 K8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오히려 ‘지금이 전성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고차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00만 원 남짓한 예산으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상품성, 그 비밀을 파헤쳐 본다.
기아 K7 측후면 (출처=기아)
기아 K7 측후면 (출처=기아)


2,000만 원대 예산? 신차급 풀옵션이 내 손에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감가상각’이라는 마법이다. 특히 기아 K7은 그 마법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모델로 꼽힌다.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2021년식 K7 프리미어 모델의 시세는 1,890만 원에서 2,470만 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놀라운 점은 최고 사양인 시그니처 트림 역시 2,000만 원 초중반대 예산으로 충분히 넘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신차 출고가와 비교하면 거의 반값에 가까운 금액으로, 그랜저 부럽지 않은 풀옵션 대형 세단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기아 K7 측정면 (출처=기아)
기아 K7 측정면 (출처=기아)
조금 더 예산을 아끼고 싶다면 2019~2020년식 모델로 눈을 돌려도 좋다. 1,700만 원 후반대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는 사회초년생이나 첫 차를 구매하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

입맛 따라 고르는 세 가지 심장, 성능과 효율 사이

K7은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엔진 라인업을 자랑한다.

가장 대중적인 2.5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98마력에 11km/ℓ 후반대의 준수한 연비를 갖춰 일상 주행이 많은 운전자에게 ‘가장 똑똑한 선택’으로 불린다. 성능과 효율의 균형감이 돋보인다.

기아 K7 측정면2 (출처=기아)
기아 K7 측정면2 (출처=기아)
가슴 뛰는 주행을 원한다면 3.0 가솔린 엔진이 정답이다. 최고출력 266마력의 강력한 힘은 고속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운전의 재미를 중시하는 아빠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만약 유류비 절감이 최우선 과제라면 3.0 LPI 엔진이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저렴한 연료비는 가계에 큰 보탬이 되지만, 가스 탱크로 인한 트렁크 공간의 손해와 다소 묵직한 주행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기아 K7 실내 (출처=기아)
기아 K7 실내 (출처=기아)


광활한 실내와 안락함, ‘패밀리카’의 정석

K7의 가치는 넓은 실내 공간에서 정점을 찍는다. 전장 4,995mm, 휠베이스 2,855mm라는 수치는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성인 남성이 뒷자리에 앉아 다리를 편안하게 꼬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운 레그룸을 제공하며, 넉넉한 트렁크는 온 가족의 짐을 싣고 여행을 떠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급스러운 우드 그레인과 가죽 시트는 문을 여는 순간 프리미엄 세단에 탔음을 실감케 한다. 여기에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는 서스펜션과 6단 자동변속기의 부드러운 조합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크게 덜어준다. 다만, 낮은 트림에서는 주차 보조 기능이 빠져있을 수 있으니 구매 전 꼼꼼히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아 K7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기아)
기아 K7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기아)

오너 평점 8.7점, “이 가격에 이만한 차 없다”

실제 K7 오너들의 평가는 후하다. 1,100여 명의 오너가 매긴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8.7점.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9.3점)과 광활한 실내 공간(9.2점) 항목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연비 항목은 7.8점으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는 대형 가솔린 세단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일부 오너들은 후방 시야가 좁다는 점과 간헐적인 변속 충격을 단점으로 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오너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장점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단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기아 K7은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프리미엄 패밀리 세단을 꿈꾸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현명한 대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