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2년 만에 100만 대 판매 신화... ‘가격이 깡패’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1000만원대 가성비 전기차 한 대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주인공은 중국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 2023년 4월 등장해 불과 2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대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세우며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단순히 저렴하기만 한 차가 아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으로 무장한 이 작은 거인의 돌풍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BYD 시걸 측면 (출처=BYD)
BYD 시걸 측면 (출처=BYD)


숫자로 증명된 ‘가성비 제왕’의 위엄

말 그대로 ‘팔리는 속도’가 다르다. 2025년 6월, BYD 시걸은 전 세계 판매량 100만 대 고지를 가뿐히 넘어섰다. 이는 BYD가 판매하는 전체 전기차 10대 중 1대 이상(약 13%)이 시걸이라는 의미로, 명실상부한 브랜드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BYD 시걸 정면 (출처=BYD)
BYD 시걸 정면 (출처=BYD)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가장 최근인 2024년 5월 한 달 동안 중국에서만 14만 4천여 대가 팔려나갔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8.7%나 성장한 수치다. 출시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들의 첫 번째 선택지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가격에 이게 다?’...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시걸의 성공 레시피는 단순하다. 바로 ‘가격을 의심하게 만드는 실력’이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약 1,070만 원. 이 가격표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던 사람들도 꼼꼼히 뜯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BYD 시걸 파워트레인 (출처=BYD)
BYD 시걸 파워트레인 (출처=BYD)
심장부에는 BYD가 자체 개발한 LFP(리튬인산철) ‘블레이드 배터리’를 품었다. 덕분에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05km(중국 CLTC 기준)를 달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감안하면, 일상 주행은 물론이고 주말 나들이용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실내는 더 놀랍다. 10.1인치짜리 큼직한 화면이 운전자를 맞이한다. 이 화면은 가로, 세로로 회전까지 가능해 활용도를 높였다. 운전대 너머에는 5인치 디지털 계기판을 넣어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깔끔하게 보여준다. 이런 사양이 모두 기본이라는 점이 시걸의 가장 큰 무기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주행 보조 시스템인 ‘신의 눈(God’s Eye)’까지 공짜로 얹어주겠다고 발표하며 경쟁자들을 아득하게 따돌리고 있다.
BYD 시걸 측정면 (출처=BYD)
BYD 시걸 측정면 (출처=BYD)


대륙을 넘어 세계로, 갈매기의 날갯짓

이 무서운 갈매기는 이제 중국이라는 둥지를 넘어 더 넓은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BYD는 올해 5월, 시걸의 유럽형 모델을 ‘돌핀 서프(Dolphin Surf)’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이름만 바꾼 것은 아니다. 유럽 시장 모델의 가격은 약 3,160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와 한층 강력한 모터를 장착하고, 차체 길이도 늘려 유럽 운전자들의 취향과 현지 규정에 맞췄다. 단순히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 시장의 기준을 바꾸려는 BYD의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BYD 시걸 실내 (출처=BYD)
BYD 시걸 실내 (출처=BYD)
100만 대가 바꾼 전기차 시장의 법칙

BYD 시걸의 100만 대 판매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오랜 격언을 옛말로 만들었다. 상식을 파괴하는 가격에 일상 주행에 차고 넘치는 성능, 필수 편의 기능까지 알차게 담아내며 ‘가격’과 ‘가치’를 모두 잡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BYD 시걸 (출처=BYD)
BYD 시걸 (출처=BYD)
과거 중국 시장에서 절대강자 테슬라 모델 Y의 판매량을 넘어서며 파란을 일으켰던 이 작은 거인의 성공은 이제 모든 자동차 제조사에게 ‘당신들의 답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걸이 쏘아 올린 ‘초저가 전기차’ 경쟁이 글로벌 시장의 지도를 어떻게 다시 그리게 될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