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방송된 ‘헐크’ 개인기, 24년 만에 ‘탱크’로 둔갑한 전말

내부 검수 시스템 문제 지적 속,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BS가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면서 영상과 관계없는 ‘탱크’ 표현을 넣어 논란에 휩싸였다. 엑스(X) 캡처
KBS가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면서 영상과 관계없는 ‘탱크’ 표현을 넣어 논란에 휩싸였다. 엑스(X) 캡처


2026년 5월, KBS의 한 유튜브 채널이 때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거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재편집해 올린 영상 하나가 발단이었다. 영상 속 출연자는 분명 ‘헐크’를 언급했지만, 자막과 섬네일에는 전혀 다른 단어가 등장했다.

이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영상 제작에 참여한 프리랜서의 ‘계약 해지’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 배경에는 부실한 내부 검수 시스템과 민감한 시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대체 그날 KBS 유튜브 채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심형래의 ‘헐크’는 ‘탱크’가 되었나



논란은 지난 27일 KBS의 유튜브 채널 ‘깔깔티비’에서 시작됐다. 해당 채널에 2002년 방송된 ‘해피투게더 시즌1-쟁반노래방’의 일부 영상이 게시된 것이다. 문제는 영상의 제목과 섬네일이었다.

방송에서 개그맨 심형래는 군 복무 시절 ‘헐크’ 흉내를 냈던 일화를 풀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에는 ‘대장 앞에서 탱크 흉내 내다가 병원 후송 갈 뻔했던 심형래’라는 문구가 붙었다. 명백한 사실 왜곡이었다.

이 실수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최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행사 논란으로 특정 단어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졌고, KBS는 결국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시기상 매우 부적절한 단어 선택이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결국 프리랜서 계약 해지, KBS 검수 시스템의 민낯



사태가 커지자 KBS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KBS 측은 “내용상 ‘헐크’로 표기하는 게 맞았지만, 검수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인한 셈이다.

후속 조치는 신속하고 단호했다. KBS는 문제가 된 영상을 제작한 프리랜서와 즉시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내부 검수를 담당했던 직원 역시 업무에서 즉각 배제하고 내부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제작진이 만든 다른 콘텐츠에 대한 전수 조사에도 착수했다.

공영방송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KBS의 이런 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도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서 제작된 이미지를 방송에 사용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KBS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검수 프로세스를 전면 점검하고 사전 데스킹 절차를 강화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복되는 논란 속에서 KBS가 과연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그들의 향후 행보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