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12V 납산 배터리 누액·부식 반복… 개선품(AGM) 대신 구형 재장착 딜러도 ‘논란’
“전기차는 고장도 잘 안 나고 유지비도 적게 든다?” 흔히들 이렇게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 기아의 인기 전기차 EV6 일부 차주들이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부품의 반복적인 고장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한 EV6 차주가 1년도 안 돼 ‘이 배터리’만 3번 넘게 교체하는 황당한 일을 겪고, 결국 차량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됐다며 ‘레몬법’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기아 더 뉴 EV6 GT 측정면 (출처=기아)
주행 7,200km에 배터리만 3번 교체? 황당한 결함 반복
미국의 한 2024년형 EV6 차주는 차량 구매 후 주행거리가 고작 7,200km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2볼트(V) 보조 배터리를 무려 3번 이상 교체해야 했다. 문제는 단순 방전이 아니었다. 배터리에서 누액이 발생해 배터리를 받치는 트레이까지 부식시키는 등 차량 구조물 손상까지 이어진 것이다.

기아 더 뉴 EV6 GT 전면 (출처=기아)
문제는 구형 ‘납산’ 배터리… 개선품 권장에도 ‘땜질 처방’?
이번 사태의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EV6에 탑재된 12V 보조 배터리다. EV6는 고전압 주행용 배터리와 별개로, 차량 내 각종 전자 장비와 시스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12V 보조 배터리를 사용한다. 그런데 여기에 여전히 구시대적인 ‘납산(Lead-acid)’ 방식의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으며, 이것이 잦은 고장과 누액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진동과 온도 변화에 더 강하고 수명이 긴 ‘AGM(Absorbent Glass Mat)’ 배터리로 교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일부 기아 딜러(서비스센터)에서 문제가 된 납산 배터리를 교체할 때, 개선품인 AGM 배터리가 아닌 똑같은 구형 납산 배터리를 다시 장착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처방이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잘 만든 EV6, ‘배터리 하나’에 신뢰도 흔들리나?
기아 EV6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기아의 전기차 시대를 이끄는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호평 속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12V 배터리 문제는 ‘옥에 티’를 넘어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출처=기아
12V 배터리는 단순히 시동(전원 인가)뿐만 아니라 차량의 핵심 제어 시스템 전반에 전력을 공급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이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주행 중 예기치 못한 시스템 오류나 심각한 경우 차량 운행 불가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과도 직결된다.
기아의 숙제: 신뢰 회복과 책임 있는 사후 지원
EV6가 뛰어난 전기차임은 분명하지만, 12V 배터리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기아는 이번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단순히 문제 부품을 교체해주는 소극적인 대응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기아 더 뉴 EV6 GT 후면 (출처=기아)
문제가 된 납산 배터리에 대한 품질 보증 강화는 물론, 개선품인 AGM 배터리로의 무상 업그레이드나 리콜 조치 등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일선 딜러(서비스센터)의 정비 지침을 명확히 하고 부품 수급을 원활히 하여 ‘땜질식 처방’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전기차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 바로 ‘소비자 신뢰’와 ‘책임 있는 사후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차라도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