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명 찾던 ‘거제 섬꽃 축제’ 전면 취소
축제, 관광지 곳곳 폭우 피해
리센느 5000만원 기부
사진=생성형 이미지
사진=거제시
◆ “20년 동안 이런 적 없었는데”…거제 섬꽃 축제 결국 취소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제20회 거제섬꽃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이어져 온 거제 대표 가을 축제다. 천재지변으로 축제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축제를 멈춰 세운 것은 광복절 연휴 거제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였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거제에는 900㎜가 넘는 비가 내렸고, 17일 새벽에는 시간당 12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도로와 주택,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축제를 준비하던 거제시농업기술센터도 직격탄을 맞았다. 잔디광장 4377㎡와 농심테마파크 4000㎡, 대형 유리온실 등 행사장이 침수됐다. 일부 시설에는 약 2.5m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더 안타까운 것은 가을 축제를 위해 오랫동안 키워온 꽃들이 한순간에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거제섬꽃축제의 얼굴과도 같은 국화 조형물 43종이 파손됐다. 대형 7종, 중형 18종, 소형 18종이다. 축제장을 채울 예정이었던 국화도 대규모로 침수돼 폐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평소라면 가을이 다가오면서 국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축제장이 거대한 꽃밭으로 변할 시기다. 지난해에는 가을꽃 조형물과 국화 분재를 비롯해 거제동백원, 힐링 허브랜드, 농심테마파크 등이 관광객을 맞았다.
거제의 랜드마크인 거제식물원 정글돔 역시 진흙과 토사로 뒤덮였다. 열대식물이 흙을 뒤집어썼고 내부 물길에는 흙탕물이 들어찼다. 공기와 온도 등을 관리하는 주요 제어 설비까지 침수돼 작동을 멈췄다. 농업과학관과 곤충체험관 등 관련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사진=거제시
◆ 하필 올해가 ‘20주년’…지난해 30만명 찾았다
이번 취소가 유독 뼈아픈 이유는 올해가 거제섬꽃축제 20주년이기 때문이다.
축제는 2006년 거제시 인구 20만명 돌파를 기념해 열린 ‘거제가을꽃한마당축제’에서 시작됐다. 일회성 행사로 출발했지만 호응을 얻으면서 정례 축제로 발전했고, 2010년 시민 공모를 거쳐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약 30만명이 축제장을 찾았고 약 85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꽃만 보는 행사도 아니다. 국화와 분재, 대형 꽃 조형물과 함께 아열대작물 재배시험포와 난지과수원 등을 둘러볼 수 있고 K팝 공연, 전통문화 행사, 테라리움·압화·공예·고구마 캐기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았다.
거제시는 20주년을 맞아 올해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20년 역사를 기념할 해가 오히려 사상 첫 자연재해 취소의 해가 된 셈이다.
사진=리센느 유튜브
최근 거제는 걸그룹 리센느와의 특별한 인연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었다. 거제는 멤버 원이의 고향이자 리센느를 대중에 알린 이른바 ‘거제 야호’ 밈이 시작된 곳이다. 리센느는 지난 5월부터 거제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지역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왔다.
이번 폭우 피해가 발생하자 리센느는 거제시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팬덤 ‘리마인’ 역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이재민을 위한 성금 모금에 나섰으며, 19일 오전 기준 4000만원 이상이 모였다.
리센느와의 인연으로 덕포해수욕장 등 거제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상황이어서 이번 폭우 피해는 더욱 안타까움을 남긴다. 덕포해수욕장 백사장에는 폭우에 떠밀려온 잔해와 쓰레기가 쌓였고, 매미성 주변 주차장에는 토사가 밀려들었다. 학동리 그물개 오솔길 전망대도 파손됐으며 바람의언덕 공영주차장과 근포땅굴 등 관광지 주변 시설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지역 행사도 줄줄이 멈췄다. 포도밭 침수 피해로 둔덕 지역 축제가 취소됐고, 거제에서 처음 열릴 예정이었던 전국해양스포츠제전도 행사장 안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취소 수순을 밟았다.
최근 새로운 여행지로 관심을 끌던 거제에 찾아온 예상 밖의 폭우. 수십만명이 기다리던 20주년 거제섬꽃축제까지 무산되면서 올해 가을 풍경도 달라지게 됐다. 지금 거제는 축제 준비 대신 피해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