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운명전쟁49’, 순직 공무원 예능 소재로 사용해 ‘고인 모독’ 비판 쇄도
제작진과 전현무 공식 사과에도 11일째 1위... ‘노이즈 마케팅’ 효과인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운명전쟁49’ 예고편 캡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49’가 연일 뜨거운 감자다. 순직 영웅을 예능 소재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순직 공무원을 다루는 부적절한 방식, 유가족의 분노 섞인 호소, 그리고 논란을 먹고 자란 듯한 흥행 성적까지. 이 기이한 성공 방정식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선을 넘어버린 미션
논란은 지난 2회 방송에서 점화됐다. 49명의 운명술사가 망자의 사진과 생년월일만으로 사망 원인을 추리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제작진이 소재로 삼은 것은 다름 아닌 2001년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故 김철홍 소방교와 2004년 범인 검거 중 순직한 故 이재현 경장이었다.
출연자들은 고인들의 죽음을 두고 ‘붕괴’, ‘압사’ 등 자극적인 단어를 쏟아냈고, 한 무속인 출연자는 故 이 경장의 사인을 추리하며 “칼 맞는 걸 ‘칼빵’이라고 하지 않냐”는 비속어를 사용했다. MC 전현무 역시 이 단어를 여과 없이 언급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방송인 전현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운명전쟁49’ 예고편 캡처
뒤늦은 사과, 그러나 상처는 깊게
방송 이후 유가족과 동료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소방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제작진의 몰상식한 행태를 규탄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故 김 소방교의 조카는 SNS를 통해 제작진이 ‘국가유공자를 기리는 프로그램’이라며 사진 사용 동의를 얻었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삼촌의 죽음이 오락거리로 소비된 것에 대한 배신감과 슬픔을 토로한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운명전쟁49’ 제작진과 MC 전현무는 “상처받으셨을 유가족과 동료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가족과 소통하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깊게 패인 상처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판 속 1위 질주, 이것도 성공인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운명전쟁49’ 포스터
끊임없는 잡음에도 프로그램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24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운명전쟁49’는 국내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에서 11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글로벌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오히려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높여 시청자 유입을 이끈 ‘노이즈 마케팅’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비판을 받더라도, 일단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하면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씁쓸한 공식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흥행 성적표가 프로그램의 윤리적 결함에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사회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이들을 가볍게 소비한 책임에서 제작진과 플랫폼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남은 회차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시청자들의 날 선 시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