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공채 데뷔 후 돌연 자취 감춘 그녀, 뒤늦게 밝혀진 가정사
생계 위해 식당 서빙부터 요양보호사까지…“생지옥 같았다”
MBN ‘당신이 아픈 사이’ 방송화면
개그우먼 이희구가 방송에서 처음으로 충격적인 가정사를 고백했다. 그의 이야기는 유년 시절부터 이어진 어머니와의 갈등, 갑작스러운 14년 공백기, 그리고 생계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과거를 담고 있었다. 지난 5일 MBN ‘당신이 아픈 사이’에 출연한 그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지만, 그 내용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의 고백 뒤에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어머니의 알리바이가 되어야 했던 어린 시절
그의 고백은 “태어났을 때부터 버려진 아이 같았다”는 말로 시작됐다. 예방접종조차 제대로 맞지 못할 정도로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상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더욱 깊어졌다. 어머니는 외도로 가정에 소홀했고, 잦은 부부 싸움이 이어졌다. 늦은 귀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딸인 이희구를 알리바이로 삼아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 동행시켰다. 이희구는 “내가 입만 다물면 집안에 평화가 찾아왔다”며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MBN ‘당신이 아픈 사이’ 방송화면
대학생이 된 후에는 더 큰 충격이 기다렸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술집에 불려 나간 그는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희구는 “그 상황이 너무 견딜 수 없었다”며 “내 존재가 없다고 생각해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으나 아버지가 발견해 목숨을 구했다.
14년 공백기, 그녀가 식당 서빙에 나선 배경
어머니와 떨어져야 자신의 인생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서울로 상경했다. 1987년 KBS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하며 힘든 환경을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2001년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으며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어머니마저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그는 14년간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부모 병간호에 매달렸다.
그는 당시를 “부모 둘과 같이 사는 것은 생지옥이었다”고 회상했다. 활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회와 단절되고 집안에 고립된 것이다. 모아둔 돈도 모두 바닥나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됐다. 생계를 위해 식당 주방 보조와 서빙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이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대학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이희구는 뒤늦게서야 어머니가 ‘경계성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모든 고통을 이겨낸 그는 “세상에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모든 경험이 내 삶의 밑천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간을 통해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