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모두 초대해 예정대로 진행한 결혼식, 신부만 없었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 현지 사회도 울었다…‘영혼 결혼식’의 전말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약혼녀의 실물 크기 등신대와 함께 영혼 결혼식을 올렸다 / 페이스북 캡처(@John Muaythai John)
신부 없는 결혼식, 하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말레이시아 페낭주 버터워스에 사는 남성 존이다. 그의 약혼녀는 BJ로 활동하던 사키라 사우로, 두 사람은 올해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하지만 사키라는 지난 6월 23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약혼녀를 잃은 슬픔 속에서 존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약혼녀의 장례 마지막 날이었던 6월 28일, 원래 결혼식에 초대했던 하객들을 모두 불러 예식을 강행했다. 존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키라의 등신대를 품에 안고 버진로드를 걸었고, 하객들은 침묵과 박수로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사망한 약혼자와 영혼결혼식을 올린 말레이시아 남성 / 페이스북 캡쳐@John Muaythai John
등신대와 함께 지킨 마지막 약속의 의미
결혼식은 일반적인 예식 절차와 다르지 않았다. 행사장에는 사키라의 생전 사진과 영상이 상영됐고, 전통 차 의식과 케이크 커팅도 진행됐다.존은 예식 도중 관 앞에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며 떠난 연인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존은 SNS에 “오늘 드디어 당신과 결혼했다”며 “이번 생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가장 큰 축복이었다”고 썼다. 그는 “호텔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내 진심과 사랑은 전해졌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음 생에서는 반드시 다시 당신을 찾아 평생 함께하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깊이 공감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에는 드문 ‘영혼 결혼식’ 전통이 배경이었다
이 슬픈 결혼식의 배경에는 중국계 사회에 전해 내려오는 ‘영혼 결혼식’ 풍습이 있다. 영혼 결혼식은 신랑이나 신부 중 한 명, 혹은 둘 다 사망했을 때 치르는 의식이다.산 자와 죽은 자, 혹은 죽은 자들끼리 영적인 세계에서 부부의 연을 맺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풍습이지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일부 화교 사회에서는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존의 결혼식은 이 전통에 따라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사랑의 약속을 완성하려는 시도였던 셈이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