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하늘이시여’ 주연 꿰찼지만…광고 모델 출신 신인 향한 시선은 냉담했다

토씨 하나 틀리면 안 되는 촬영 현장, 분노를 연기 원동력으로 삼았던 신인 시절

사진=tvN STORY ‘남겨서 뭐하게’ 캡처
사진=tvN STORY ‘남겨서 뭐하게’ 캡처


2005년, 한 광고 모델이 50부작 드라마 주연으로 파격 발탁됐다. 연기 경력이 전무했던 터라 그의 등장은 곧바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낙하산’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이 신인 배우는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았다. 19년이 흐른 지금, 배우 이태곤이 당시 상황을 직접 언급하며 이목이 쏠린다.

수영강사 출신 신인, 왜 ‘사장 조카’로 불렸나



배우 이태곤이 최근 tvN STORY ‘남겨서 뭐하게’에 출연해 데뷔 시절 겪었던 루머를 직접 언급했다. 2005년 방영된 임성한 작가의 히트작 ‘하늘이시여’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수경과 함께한 자리였다. 당시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로 광고계에서 막 얼굴을 알리던 신인이었다.

사진=TV 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캡처
사진=TV 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캡처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50부작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구왕모’ 역에 캐스팅됐다. 파격적인 결정에 방송가 안팎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이태곤은 “엄청 오해를 많이 받았다. 낙하산이냐, 사장 조카냐는 말을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심지어 신문 기사에서도 ‘광고 모델 하던 애가 주인공을 하는데 말이 되냐, 망할 것’이라는 식의 노골적인 비판이 실렸다. 경기대학교 사회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수영 강사로 활동했던 그의 독특한 이력은 오히려 대중의 의심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쏟아지는 비난이 오히려 연기 투지로 이어진 배경



사진=tvN STORY ‘남겨서 뭐하게’ 캡처
사진=tvN STORY ‘남겨서 뭐하게’ 캡처


쏟아지는 비판은 그를 주저앉히지 못했다. 오히려 독기를 품게 만들었다. 이태곤은 “되게 열 받더라. 어떻게든 성공시킨다. 이를 갈면서 했다”며 당시의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억울한 오해 앞에서 그는 회피가 아닌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투지는 혹독한 촬영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함께 출연한 이수경이 “대사가 토씨 하나 틀리면 안 됐다”고 증언할 만큼 당시 현장은 엄격했다. 이태곤은 “눈물 흘리는 타이밍까지 대본에 적혀 있었다. ‘여기서 한 방울’. 수도꼭지도 아니고 정말 힘들었다”며 남모를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감정 연기는 그에게 가장 큰 산이었다. 그는 “내 성격상 이해할 수 없는데 왜 러브스토리에서 울어야 하는지, 왜 슬퍼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캐릭터와 실제 자신 사이의 괴리감으로 힘들어하자, 감독이 3시간 동안 그를 붙잡고 설득할 정도였다. 연기력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압박감과 싸워야 했던 치열한 시간이었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이태곤은 결국 연기로 자신을 증명했다. ‘하늘이시여’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이후 ‘연개소문’, ‘겨울새’, ‘보석비빔밥’, ‘광개토태왕’ 등 굵직한 작품에서 연달아 주연을 맡으며 시청률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수영강사 출신 신인을 향했던 19년 전 의심의 눈초리는 이제 그의 연기 경력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일화가 됐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