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정숙함은 그대로, 충전 걱정은 사라졌다.

2027년 출시될 싼타페 신형 파워트레인의 핵심 원리는 이것.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고,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한 주행감이 아쉽다. 이런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대안이 등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브랜드 최초의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공개했다. 첫 적용 모델은 간판 중형 SUV 싼타페로, 2027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엔진을 품었지만 바퀴는 오직 전기모터로만 굴리는 이 새로운 방식은 기존 친환경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엔진은 발전에만 관여하는 구조

EREV, 즉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이름처럼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가 엔진과 모터 힘을 함께 사용해 바퀴를 굴렸다면, EREV는 구동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오직 전기모터만이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함께 탑재된 내연기관 엔진은 주행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배터리 충전을 위한 발전기 역할만 수행한다.

덕분에 운전자는 완전한 전기차의 부드러운 가속감과 정숙성을 경험한다. 그러면서도 배터리가 소진되면 엔진이 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충전소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965km 주행거리가 가능해진 배경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주행거리다. 현대차에 따르면 싼타페 EREV는 1회 주유 및 완전 충전 시 약 965km(600마일)를 주행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이 압도적인 효율의 배경에는 배터리 크기의 최적화가 있다. 동급 순수 전기차보다 배터리 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크기가 작아지니 차량 무게는 가벼워지고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진다. 여기에 2개의 모터를 탑재한 사륜구동(AWD) 시스템을 기본 적용해 주행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싼타페에서 끝나지 않는 현대차의 큰 그림

현대차는 싼타페 EREV를 북미 시장 공략의 핵심 카드로 활용한다. 생산 역시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서 이뤄진다. 부품 현지 조달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여 시장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EREV 파워트레인은 제네시스 라인업으로도 확대 적용된다. 2027년 1분기 싼타페와 비슷한 시기에 제네시스 EREV 모델도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인기 SUV인 GV70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으며, 예상 주행거리는 1,029km(640마일)에 달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 시장에서 10종 이상의 친환경 라인업을 선보여 전체 판매량의 50%를 하이브리드 및 파생 모델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의 주행감과 내연기관의 편의성을 결합한 EREV가 그 중심에 설 전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