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 원대 가격, 동급 최장 축간거리에도 판매량은 9천 대 수준.

설문조사 1위의 영광 뒤에 가려진 현실, 오너들이 공통으로 꼽는 단점은 따로 있었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실내 모습 / 사진=르노
르노 그랑 콜레오스 실내 모습 / 사진=르노
최근 한 경제지가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패밀리카로 중형 SUV를 산다면 무엇을 고르겠는가’라는 질문에 872명이 답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37%의 선택을 받은 한 수입 SUV가 기아 쏘렌토(3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선호도 조사에서는 1등이었지만, 실제 판매 성적은 정반대다. 올해 상반기 쏘렌토가 5만 6,367대 팔리는 동안 이 차는 9,030대 판매에 그쳤다. 6배가 넘는 격차다.

고르겠다는 사람과 실제 계약서에 사인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예상보다 컸다. 그 이유는 제원과 실제 유지 과정에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측면 모습 / 사진=르노
르노 그랑 콜레오스 측면 모습 / 사진=르노

설문 1위의 배경, 제원부터 달랐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쉐보레 이쿼녹스다. 이쿼녹스는 제원상 국산 경쟁 모델을 앞서는 부분이 명확하다. 특히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간거리는 2,820mm로, 동급에서 가장 긴 수치를 자랑한다. 바퀴 사이를 넓게 벌린 만큼 넉넉한 2열 공간을 확보한 것이 설문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핵심 배경이다.

전장은 4,780mm, 전폭 1,880mm로 균형 잡힌 차체를 갖췄다. 최저지상고 역시 211mm로 높아 캠핑장 같은 비포장도로나 높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이 적다. 숫자만 봐도 패밀리카로서의 기본기를 충실히 갖춘 셈이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후면 모습 / 사진=르노
르노 그랑 콜레오스 후면 모습 / 사진=르노


국산차엔 없는 화면, 아빠들 마음 흔든 이유

실내 구성은 이쿼녹스의 상품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그리고 동승석 앞까지 이어지는 12.3인치 화면 3개가 대표적이다. 동승석 전용 화면은 국내 판매되는 동급 SUV 중 최초로 적용된 사양으로, 경쟁 모델에는 아직 없는 구성이다.

이 화면은 운전자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특수 처리되어 안전 문제도 해결했다. 아이를 뒷좌석이 아닌 옆에 태우는 가정이라면 장거리 이동 시 활용도가 극대화된다. 여기에 운전석, 동승석, 뒷좌석 온도를 각각 제어하는 3구역 독립 공조 시스템까지 갖춰 가족 모두의 만족도를 높였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2열 레그룸 모습 / 사진=르노
르노 그랑 콜레오스 2열 레그룸 모습 / 사진=르노

판매량의 85%, 결국 하이브리드를 골랐다

이쿼녹스 판매량의 대부분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한다.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두 개의 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총출력 245마력을 낸다. 배기량만 보고 성능을 짐작해선 안 되는 수치다. 복합연비는 19인치 휠 기준 리터당 15.7km에 달한다.

반면 2.0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은 시작 가격이 3,546만 원으로 국산 경쟁차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기본 트림부터 충실한 옵션을 제공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표심을 얻었다. 그럼에도 실제 구매자의 85%는 연비를 우선 고려해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이런 장점에도 이쿼녹스의 판매량은 여전히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차의 성능이나 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실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국산차 대비 부족한 정비망, 중고차 시장에서의 잔존가치,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값과 공간만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만 남들이 덜 사는 차를 고르는 부담과 되팔 때까지의 과정을 모두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이 판매량으로 증명된다. 일부 오너들이 지적하는 저속 주행 시의 이질감은 계약 전 시승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 볼 부분이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전면 모습 / 사진=르노
르노 그랑 콜레오스 전면 모습 / 사진=르노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