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과 가격 인하 효과 기대 속, 보이지 않는 장벽 등장
미국 현지 생산 카드 꺼내든 중국 전기차,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따로 있었다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이 미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단순히 차량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공장 설립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이는 미국 시장의 높은 관세를 피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샤오펑의 야심 찬 계획 앞에는 ‘현지 생산’ 카드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안보 규제’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커넥티드카 기술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면서, 샤오펑의 미국 진출은 경제 논리를 넘어선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생산 선언이 던진 기대와 우려
허샤오펑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시장 진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현지 공장 건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장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투자와 고용 효과가 발생하고, 판매망과 서비스센터가 함께 들어서며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만약 내가 전기차를 산다면, 더 저렴하고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허샤오펑 CEO 역시 현재의 정치 환경이 중국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폴스타 사례가 보여준 보이지 않는 벽
공장을 미국에 짓는다고 해서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의 칼날은 생산지가 아닌 ‘기술 통제권’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시스템을 통제하면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비슷한 선례가 있다. 폴스타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전기 SUV ‘폴스타 3’를 생산했지만, 결국 2026년형을 끝으로 미국 시장 철수 가능성이 거론된다. 관련 규제에서 별도의 예외를 받지 못한 탓이다.
반면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볼보 EX90은 예외 적용을 받았다. 이 차이는 생산 국가보다 브랜드의 지배구조와 데이터 관리 주체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가격 경쟁력과 안보 딜레마의 충돌
샤오펑을 비롯한 중국 브랜드의 강점은 분명하다. 뛰어난 배터리 효율과 소프트웨어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가격 경쟁력이다. 현지 생산까지 더해지면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가격 인하를 자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량이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미국의 가장 큰 우려 지점이다. 위치와 영상, 운전자 정보가 외부로 전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과 원격 업데이트 기술이 확산될수록 데이터 통제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결국 샤오펑의 미국 진출 성공 여부는 공장 부지를 어디로 정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현지 투자와 고용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더라도, 차량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관리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안보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